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살균제 원료 물질과 완제품을 개발·제조·유통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을 27일 검찰에 고발했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고발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최창원·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채동석·이윤규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 두 업체 전현직 대표이사 1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SK디스커버리는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해 유통시켰고, 애경산업은 CMIT·MIT를 사용해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팔았다.

가습기넷은 2016년 8월 두 업체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 최근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피해자들이 2차 고발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실린 대구가톨릭대 GLP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한 쥐의 기도로 CMIT·MIT를 주입했더니 전신혈관계와 태반으로까지 독성이 전이돼 새끼쥐가 사산에 이르렀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에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환자의 병증이 전형적인 가습기살균제 폐질환과 같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가습기넷은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CMIT·MIT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움직이지 않았고, 이는 해당 기업들에 면죄부가 됐다"며 "최근 여러 연구와 자료들이 참사의 원인으로 CMIT·MIT를 가리키고 있는 만큼 검찰은 가해기업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습기넷은 징벌적 배상제의 배상액 상한 폐지와 소비자 집단소송제 강화 등 법·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한편 가습기넷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6천210명이다. 이 중 1천359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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