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을 줄이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갓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화두다. 경사노위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함께 이룰 것인가'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초점은 격차 해소를 위한 '교섭구조'에 맞춰졌다. 대기업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양보해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연대임금 전략부터 노동자들이 기금을 만들어 자본이 필요한 노동친화적 중소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실행방안이 제기됐다. 노동계는 "교섭구조 중층화·다변화를 모색한다면 산별교섭부터 법제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선진국보다 1.2~1.5배 높아"

우리나라 노동시장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500명 이상 대기업 종업원 1인당 월 평균임금(2017년)을 100으로 했을 때 종업원 1~4명 기업과 5~9명 기업의 평균임금은 각각 32.6%, 48.3%에 불과하다"며 "미국(2015년)은 각각 78.8%와 64.8%, 일본(2016년)은 65.1%, 72.6%, 프랑스(2015년)는 58.8%와 63.4%로, 한국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미국·일본·프랑스 대기업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졌다. 종업원 1인당 평균임금 비중이 2007년에는 500인 이상 대기업 임금의 58.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4.2%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10명 미만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중은 43%"며 "영세기업 종사자 비중이 낮은 선진국보다 노동시장 양극화의 심각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격차 해소하려면 노사관계 새 틀 짜야"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모적 갈등을 반복하는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이 내놓은 방안은 '연대임금 전략과 통합적 노사관계 시스템 구축'이다. 원·하청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임금 노동자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인상률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그는 "연대임금 전략이 현실화하려면 노조의 전략 변화보다 사용자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유럽국가를 예로 들었다. 서유럽국가에서 산별교섭이 보편화하고 임금·노동조건 평준화가 가능한 이유는 사용자단체 조직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명준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일자리 불평등 문제는 단지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불평등 문제를 넘어 '자본과 자본' '노동과 노동' 간의 불평등 문제까지 입체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다면적 교섭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별 단체교섭만이 아니라 원-하청 노사의 직접교섭과 산별교섭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퀘백노조총연맹(QFL)이 추진한 노동연대기금에 주목했다. QFL이 1983년 만든 노동연대기금은 전국적 노조총연합회가 만든 최초의 펀드다. 지난해 5월 말 기준으로 노조 조합원과 일반인을 합친 전체 투자자는 64만5천664명, 순자산은 131억달러(11조2천504억원)나 된다. 주요 투자처는 퀘백주에 있는 노동친화적 중소기업이다. 자본 수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투자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둔다. 투자한 노동자가 은퇴하면 투자금과 배당수익을 가져간다.

이주희 교수는 "공공상생연대기금 1천600억원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현재까지 추진되거나 언급된 노동연대기금 규모가 1조원대"라며 "평등이나 공동체 의식이 강한 한국에서도 추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산별교섭부터 법제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지금처럼 기업별 노사관계를 강제하면서 연대하라는 것은 지키지 못한 강령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연홍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교섭은 한국 사회의 독점적 시장질서를 극복하는 대안"이라며 "단번에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정치적 처방보다는 교섭구조 분권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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