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하던 발전정비시장의 경쟁도입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만나면서 멈춰 섰다. 정비시장에서 민간경쟁을 확대할지, 공기업 직접고용으로 공공성을 강화할지 기로에 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경쟁 확대정책을 계속하려고 하고, 노동계는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발전정비 경쟁도입 현황 및 정비 분야 정규직 전환평가' 토론회에서 공기업을 중심으로 발전소 경상정비업무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간업체를 통한 경쟁력 향상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이날 토론회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하고 같은 당 최인호·박정·송옥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발전사 “경쟁도입 이후 고장건수 줄었다”
민간업체 노동자 “초장시간 노동에 산재 은폐”


발전소 정비 분야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민영화됐다. 김봉빈 동서발전 발전처장은 초기 발전정비시장 형성과 경쟁도입에 따른 현황을 설명했다. 1974년 발전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전문정비업체가 설립됐다. 3년 만인 77년 한국전력이 인수해 공공기관인 한전KPS에서 정비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김봉빈 처장은 “94년 한전KPS 파업이 발단이 됐고 대외적으로도 발전정비시장 개방 요구가 있었다”며 “2003년부터 한전KPS 주도로 민간 정비업체를 육성했고 2005년부터 발전회사들이 민간업체를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5년간 1단계 경쟁도입 계획을 세웠다. 신규 핵심설비 정비는 한전KPS가 수행하되 신규 비핵심설비는 입찰로 경쟁을 유도했다. 2018년부터는 2단계 경쟁도입 정책을 시작할 예정었다.

김 처장은 “2013년 본격 경쟁도입 이후 한전KPS 점유율은 기존 60%에서 47%까지 줄었고, 민간업체 점유율은 40%에서 53%로 상승한 효과가 있었다”며 “정비업체 파업이나 돌발상황에 대비할 만한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나타나면서 한전KPS도 기술력 보강을 위해 노력했다”며 “발전 5사 고장건수가 2013년 95건에서 지난해 42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주장했다.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발전소에 간접고용된 노동자의 현실을 알렸다. 그는 한 업체의 계획예방정비기간 연장근무표를 공개했다. 지난해 3월 한 달간 직원 35명이 많게는 100시간 넘는 연장노동을 했다. 박 국장은 “발전소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민간업체 노동자들에게 발생하지만 업체들은 대부분 안전사고를 숨기려고 한다”며 “원청은 안전수칙을 어기면 경고하는 역할만 하니 사고가 더 은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민간경쟁체제 확대정책은 폐기해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보류 중인 민간경쟁체제 2단계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용역·실태조사 뒤에 숨은 정부
우원식 의원 “국정과제 무력화 안 돼”


최우석 산자부 전력산업과장은 “갑자기 추진된 정책은 아니고 지난 20년 남짓 민간개방과 경쟁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다”며 “그간 정부 정책이 정비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발전정비산업 경쟁확대 정책의 실효성 검토 정책용역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간단한 지표를 보면 민간경쟁 도입 이후 고장 건수는 3분의 1로, 고장손실량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경쟁도입 정책이 전력수급에 나쁜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정부 역할을 두고 류경희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기관별로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노동부에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며 “여러 변수 반영을 위해 가이드라인에 노·사·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담은 것이고 민간위탁과 관련해서는 실태조사를 조만간 끝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고용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정의”라며 “발전업무 특성상 경쟁여건 조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존 정책에 함몰돼 정부 국정과제를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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