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들이 잇따라 노조를 설립하고 있다. 감정노동자 대명사로 불리는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25일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춘천에 위치한 콜센터업체 한국고용정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지난 14일 연맹 서울경기인천지역서비스노조에 가입했다. 한국고용정보는 이마트·롯데카드·국민카드·LG서비스센터 등 굵직한 대기업의 상담업무를 하는 전문업체다. 상담사 6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조 한국고용정보지회(지회장 손영환)를 꾸린 직후인 이달 15일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회사는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해야 하는데, 이날까지 공고를 미루고 있다.

회사는 교섭에 응하지 않는 대신 수상한 행보를 시작했다. 사내에 건의함을 설치했고, 그동안 주지 않던 수당을 신설했다. 연맹 관계자는 "노조가 만들어지자 직원들이 불만을 표시했던 건의사항을 뒤늦게 이행해 노조가입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가입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맹은 교섭요구사실 공고 거부와 노조활동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지난 23일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고발했다. 손영환 지회장은 "회사가 노조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며 "기죽지 않고 노조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고용정보지회는 연맹에 가입한 두 번째 콜센터 노조다. 애플사 제품과 아이튠즈앱 결제 고객상담을 하는 노동자들은 8월 애플케어상담사노조를 만들어 연맹에 가입했다. 애플 하청업체인 회사는 노조 이름에 '애플'이라는 단어를 넣지 말라고 요구하며 노조활동 개입을 시도했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상담원들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집단으로 가입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자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고용한다.

연맹 관계자는 "고객 갑질과 쉴 수 없는 업무체계,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담사들이 현실을 개선하고자 노조를 설립하면 회사 탄압에 직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만들고 상담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적지 않은 난관을 뚫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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