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중단과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수도권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기자>

무대 뒤 찌뿌둥한 날씨 속에 국회의사당이 웅크리고 있었다. 흐린 하늘을 뚫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졌다. 흰색 비옷을 맞춰 입은 노동자들이 의사당대로 위에 섰다. 국회를 향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가 아님을 선포한다"

민주노총이 21일 하루 총파업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28일에도 하루 총파업을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밀어붙인 국회와 정부를 규탄했다. 당시 총파업에는 조합원 5만여명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총파업에 조합원 16만여명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대다수가 금속노조 조합원인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12만8천277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총파업 참가 노동자를 9만여명으로 추산했다. 5월 총파업은 하루 2시간 이상, 이날 총파업은 하루 4시간 이상이었다. 파업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여당의 노동정책 후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공식 출범한다. 경사노위는 같은날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구성·운영계획(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주요 노동현안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않고, 민주노총이 끝내 파업을 선택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님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이후 노정관계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수도권 총파업대회에서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탄력근로제와 비정규직 등이 적힌 판을 망치로 부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탄력근로제 확대 강행하면 다시 총파업"

이날 오후 의사당대로에 빨간색 천으로 꾸며진 무대가 세워졌다. 수도권에서 일손을 놓은 조합원들이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사전대회를 열고 보건의료인력법 제정과 의료민영화법 폐기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시각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14곳에서 지역본부별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무대 대형스크린에 “개악열차 시동 건 집권여당”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각종 규제완화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들의 말들이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문재인 정부 개혁에 빨간불이 켜진 빈틈을 재벌과 적폐관료들의 동맹이 메우려 한다”며 “대표적인 것이 과로사를 일상으로 만들 탄력근로제 확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과 자본의 청원입법인 탄력근로제 확대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나서 노동계를 겁박해 밀어붙이려 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기계를 멈추고 일손을 멈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시도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늑대정권을 청와대에서 몰아냈더니 여우정권이 들어섰다”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후퇴와 노동시간 개악에 맞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 △광주형 일자리 폐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조할 권리 보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잇따르는 친기업 규제완화 정책들로 노동존중은 점점 내팽개쳐지고 대통령 약속도 휴지 조각이 돼 가고 있다"며 "우경화로 치닫는 정부와 반개혁적인 국회를 향해 진정한 사회대개혁의 방향과 이정표를 각인시키는 대장정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