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지난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뇌심혈관계질환 산업재해보상 신청 1천809건 중 589건을 인정했다. 승인율은 32.6%다. 올해는 8월까지 1천332건이 신청돼 550건이 인정됐다(승인율 41.3%). 업무상질병판정위 도입 이후 최고 인정률이다. 근로복지공단의 뇌심질환 산재 인정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승인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고용노동부 고시(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개정과 시행이다. 고시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고시의 기준과 업무상질병판정위의 실무상 적용·판단의 한계도 차츰 명확해지고 있다. 필자는 고시 시행 직후 ‘개정 뇌심혈관 인정기준 고시와 근로복지공단 지침 평가’(본지 2018년 1월22일자 14면 참조)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위원으로서 참여하고 법원 판결을 분석해 인지한 문제를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고시 기준의 예시적 성격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 판단 경향은 업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는지, 또는 52시간을 초과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후 가중요인인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한랭·온도변화·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판단 절차 이후의 중요한 과정이 생략돼 있다. 고시는 뇌심질환 판단의 예시적 기준일 뿐이다. 당연히 고시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케이스별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 고시 기준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판정서에 명시하는 것은 법률상 심대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둘째, 고시 성격이 외형적인 업무시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뇌심질환 발병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판단이 사실상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고시상 가중요인의 마지막 사항으로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가 제시돼 있기는 하다. 또한 공단은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에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책임·부담이 높은 업무’를 제시했지만 실무상 조사단계에서 구체적인 조사와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침상 예시된 업무, 가령 ‘사납금 등 과도한 영업목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인 택시노동자의 경우에도 지방 업무상질병판정위에 따라 혹은 사건마다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지침 별표2(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 중 ‘2.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에서 10가지로 예시해 제시하고 있으나 공단 지사의 재해조사서나 업무상질병판정위 심의안, 산재재심사위원회 사건개요서 작성에서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와 산재재심사위에서는‘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로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가중요인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한다. 결국 법원에서 뇌심질환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구조로 전락하고 있다.

셋째, 단기과로에 대한 적극적 판단이 부족하다. 즉 발병 전 1주간 평균보다 업무의 양이나 업무시간이 30% 이상 증가된 경우 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실제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된 경우가 분명한데도 업무상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넷째, 복합 가중요인에 노출된 경우 소극적 판단 경향이다. 즉 가중요인 7가지 중 2개 또는 3개에 노출되더라도 업무시간이 52시간 이하인 경우 산재 인정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고시는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했다. 대부분 업무상질병판정위는 복합가중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시간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불승인하는 경향이 강하다. 복합가중요인이 있는 경우 그 내용과 질,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지침에 비해 축소된 가중요인의 문제다. 즉 유해한 작업환경의 가중요인에서 ‘고온작업 또는 폭염작업’이 삭제된 것을 원상회복해야 한다. 또한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는 국외 출장의 예외적 경우이며, 이는 사실상 발생하기 어렵다. 변경 전 지침에는 ‘출장이 많은 업무’로 규정됐다.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