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무대에 올라 투쟁결의문을 읽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습만 보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국노총 출신 의원은 4명이다. 이용득·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진국·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그런데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모습을 보인 건 이용득 의원뿐이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법 개정·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분노와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마저 노동계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에 비판이 잇따랐다.

“노동개악 추진 의원 다음 총선에서 대가 치를 것”

정부·국회가 노동관계법 개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까지 합의했다. 노동계는 “노동존중 사회”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할 야당,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환노위 의원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이날 노동자대회 사회를 맡은 조기두 조직처장은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데 이용득 의원밖에 보이지 않느냐”며 “금배지만 달면 왜 이렇게 사람이 변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계 출신 의원 중 노동개악에 앞장서거나 동조하는 분이 있다면 다음 총선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한국노총 출신 의원 중에는 그런 분이 단 한 사람도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은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노동자들을 생각이나 하는지 걱정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너진 신뢰도 도마에 올랐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나라를 망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보수 세력과 보수언론의 나팔소리·자본의 협박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필두로 한 소득주도 성장 약속들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악시도까지 볼 때 이 정부가 정말 우리와 정책연대협약을 맺은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대화를 재고해야 한다”며 “노동존중 사회 꿈이 사라지고 이 정부와의 정책연대협약이 종이쪼가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레미제라블, 분노한 민중의 노래 울려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3만여명은 콘크리트 바닥 냉기를 견디며 손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힘찬 팔뚝질과 국회를 향한 함성에 “노동개악 저지”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용인문화재단노조 조합원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로 울분을 토했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전임자임금 노사자율을 비롯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 재개정 △최저임금제도 개악 및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 실현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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