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 투자협상이 벽에 부딪혔다. 현대자동차가 적정임금을 포함해 4대 원칙을 강조한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 합의서 내용에 강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의 내년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 전까지는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예산안 의결 전까지 협상 이어질 듯

18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시 협상팀과 현대차는 16일 협상을 마지막으로 만나지 않고 있다. 당초 15일까지 합의를 목표로 했던 광주시는 협상에 난항을 겪자 18일까지 추가로 협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말 동안 협상이 멈춘 것을 보면 양측이 이견을 더 이상 좁히지 못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가 15일을 합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은 예산안 증액·감액을 결정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 일정 때문이다. 정부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협정을 체결할 경우 광주 빛그린산단에 공공어린이집과 임대주택 같은 복지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광주시는 예산소위가 시작하기 전 투자합의를 이끌어 내 예산배정 명분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협상이 15일을 넘겼지만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는 법정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계수조정을 통해 예산편성이 가능한 만큼 그전까지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회는 이날까지 예산소위를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다음달 2일까지 예산안을 심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협상단으로는 시간을 번 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고, 각종 자료준비와 검토시간을 갖고 있다”며 “협상 데드라인은 별도로 정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합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 3권 부정 되돌린 투자유치추진단 합의

투자협상이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이 14일 발표한 협상방안 최종합의문에 현대차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문은 2017년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마련한 광주형 일자리 4대 원칙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보완한 것이다. 투자협상 매뉴얼이라고 보면 된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적정임금에 대해서는 별도 연구용역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적정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 맞춰 주 40시간, 연장근로 주 12시간으로 설정했다. 지난 9월까지 광주시와 현대차가 지역 노동계를 배제한 채 의견접근한 연봉수준은 3천500만원이다. 그것도 근기법 기준을 밑도는 주 44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9월까지 논의한 내용 중에는 임금인상을 5년 유예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그마저도 노조와의 협상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투자유치추진단 관계자는 “노동 3권을 부정하는 합의를 어떻게 광주형 일자리에 적용할 수 있겠냐”며 “노조가 배제되고 노동존중 정신을 잃어버린 협상을 정상적으로 되돌린 것이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원·하청 관계개선을 위해 합의서에 납품단가연동 임금제를 포함한 것에 대해서도 거세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 깨기일까, 협상전술일까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은 현대차 반발이 의외라는 입장이다. 광주시와 현대차의 종전 협상내용은 지난달 광주시·노동계 원탁회의에서 상당부분 수정됐고, 현대차도 이를 전달받았다.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문이 발표되기 전부터 수정된 내용을 가지고 협상을 해 왔다는 얘기다.

추진단 관계자들은 “이번에 발표한 합의서는 상징적이고 원론적인 성격이 강한데도 현대차가 문구 하나하나를 문제 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협상을 깨기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전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계는 양보를 할 만큼 했다”며 “현대차가 정부에 바라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