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자회사 갈등'이 증폭하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자사 임직원 이권을 챙기기 위해 자회사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업은행 정규직 직원이 퇴직 이후 용역업체 사장으로 취임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내부 1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자회사 사장 공모를 했다.

용역노동자들 반대하자 '자회사 표결' 통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임직원의 이권과 퇴직 이후 일자리를 위해 정규직 전환 협의를 파행으로 모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조차 원청 임직원 이권 보존을 위해 일방적이고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업체 두레비즈는 산업은행 임직원 모임인 행우회가 2005년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 업무지원부장이던 송아무개씨는 2016년 3월31일 두레비즈와 37억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 만인 같은해 7월18일 송씨는 두레비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용역노동자들의 반대에도 은행측은 최근 자회사 표결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퇴직한 직원 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통로로 자회사를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은행측과 두레비즈 소속 용역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협의 중이다. 은행측은 이달 13일 노·사·전문가 협의기구 구성원들에게 문자를 통해 "19일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자회사 안을 의결한다"고 통보했다. 은행측은 “자회사 방식에 대한 의결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18명의 위원 중 노동자 대표 4명과 전문가 1명을 제외한 13명은 은행쪽에서 선임하고 은행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라며 “표결하면 자회사 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접고용 처우개선 비용을 자회사 관리직 임금으로?

용역형 자회사를 통해 배당금을 가져가는 구조를 유지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부는 “산업은행 행우회 정규직 직원들은 두레비즈를 통해 5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며 “그러는 동안 용역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해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사건만 해도 체불규모가 6천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남동발전은 지난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설립되는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자를 내부에서 공모했다. "연봉은 1억원, 성과급 0~30%는 별도 지급"이라고 공고했다. 지원 자격은 남동발전 1직급 이상 재직 중인 사람이나 퇴직 3년 이내인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남동발전 1직급은 45명이다.

서부발전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자회사 설립 출자(안)’을 의결했다. 자회사 임직원은 전환되는 용역노동자 465명과 대표이사 1명, 행정인력·부문별 관리인력 9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직접고용 전환시 비용이 증가한다고 하지만 진짜 소모되는 비용은 자회사 사장과 관리인력의 임금”이라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에서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전공기업들이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환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의 자회사 승인은 원천무효”라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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