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4차 산업혁명은 위기일까 기회일까.

정부 스마트공장 추진사업에 참여한 두 기업이 있다. 자동차 전장업체 M사는 꾸준한 공정자동화로 스마트공장 도입 초기보다 노동자가 두 배나 늘었다. 공정혁신에서 줄어든 인원을 제품혁신으로 충당한 결과다. 노동 숙련구조는 높아졌고 직무는 다양해졌다.

변속기 부품제조업체 S사는 원청 요구로 스마트공장 추진사업에 참여했다. 아직 스마트공장 도입 초기단계인데, 노동 숙련도나 노동조건·작업조직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기존 업무에 바코드 부착과 스캔 작업 같은 부가업무가 많아지면서 업무량이 늘었다.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하는 만큼 스마트공장 정착과 발전은 S사에 회사 존폐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자동차 제조업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업체가 스마트공장 도입을 두고 다른 결과를 보여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여적 노사관계’ 기술혁신 성공 가를 것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터혁신정책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이용득·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기술혁명·디지털혁명이란 이름이 붙은 '기술발전 바람'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올바른 일터혁신을 위한 과제를 살펴봤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2014년 정부가 ‘제조업혁신 3.0’ 전략을 수립하며 추진한 스마트공장 사업 적용사례를 소개하며 기술혁신과 참여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서 실현된 모습이 스마트공장”이라며 “스마트공장은 제조업이 가야 할 기술적 패러다임으로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한 M사와 S사의 상반된 사례를 소개했다. 공정자동화를 도입한 M사의 경우 노동중심적 작업장 혁신을 실천했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정혁신을 바탕으로 제품혁신을 동시에 추진한 결과 고용창출과 숙련도 향상이 뒤따랐다. 이 소장은 “자동화 증가로 단순 조립업무에 그쳤던 현장 기술직보다 엔지니어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전문직 비중이 늘었다”며 “신기술 도입과 그로 발생하는 노동 관련 사안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고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M사는 기술혁신을 계기로 노동중심적 작업장혁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M사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S사에 대한 진단은 달랐다. 스마트공장 도입 초기단계임을 반영하더라도 S사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낮은 기술수준·소통 없는 노사관계로 인해 발전이 더디다. 이 소장은 “S사 핵심직무는 보통 5년이 지나야 숙련공으로 인정받는데 평균근속이 3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M사와 달리 S사는 스마트공장 도입시 노조와 사전협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함으로써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노조는 일단 거부부터 했다”며 “노사갈등을 초래하고 기술도입을 지연시킴으로써 스마트공장 발전을 저해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노동계, 기술혁신 경영자 몫으로만 치부”

모든 기업이 M사처럼 기술혁신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회사가 신기술 도입과 경영전략 변화에 대한 정보를 노조와 공유하고 그에 따른 고용·교육훈련 문제를 같이 풀어 나갈 때 기술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며 “현실 속 대다수 기업은 노조배제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3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기술 도입이나 교육훈련을 협의할 수 있다. 그런데 강제규정이 아니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부원장은 “노조의 경영참여 제도화와 노사협의회 기능 강화를 통해 노사가 중장기적 경영전략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혁신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창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본부장은 “노동계는 그간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경영자에게나 도움이 될 뿐 노동자에게는 자칫 노동강화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해 왔다”며 “노동계가 기술혁신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노동강화와 고용불안 같은 부정적 결과를 제어하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긍정적 결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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