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경기도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비정규 노동자는 비중이 60% 이상으로 치솟았다.

공단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마하기 위한 상여금 삭감 같은 사용자들의 조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동자 동의절차, 현실에선 의미 없어"

민주노총과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찾기모임 월담이 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공단(산업단지) 노동자 최저임금 실태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유월 월담 운영위원은 토론회에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공단 내 식당과 인근 전철역 광장에서 20여차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공단 노동자 153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들의 시간당임금을 조사해 봤더니 41.8%가 7천530원 미만이었다.

비정규직으로 한정하면 61%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 미달률은 35%였다.

사용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수단을 동원하는지를 묻자 29.4%가 “그렇다”고 답했다. 무력화 수단 중 “상여금 삭감 혹은 기본급 포함”이 48.9%로 가장 많았다. “인원감축”이라는 답변도 26.7%였다.

임금 및 노동조건 변경과 관련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고 사전설명도 충분했다”는 응답은 34.9%에 불과했다. 반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형식적이거나 아예 동의확보 과정이 없었다”는 대답이 60.4%나 됐다.

유월 운영위원은 “정보공개청구 결과 노동부 안산지청 최저임금위반신고센터 신고건수가 관할구역 전반을 통틀어 2건에 불과했고, 그것도 월담이 신고한 사례로 추정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상여금·수당 삭감 등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경우 노동자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조항은 현실에서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뛰어넘는 프레임 짜자"

토론자들은 노조 영향력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사업국장은 “작은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공단은 일자리 질을 보여 주는 척도라 할 수 있는데 최저임금 실태를 보면 노동법조차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며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을 무력화하는 사용주에 맞서려면 노조가 답이지만 공단에서 노조 영향력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상적인 선전홍보도 중요하지만 공단이나 지역협약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며, 한국산업단지공단·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을 향한 대정부 요구를 바탕으로 노조 영향력을 확대하는 조직화 전략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을 매개로 한 조직확대 전략은 민주노총의 연대임금전략·연대고용전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재조정되고 기획·실현돼야 한다”며 “2018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전면적인 조직확대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찬찬히 뜯어보고 재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철 민주노총 안산지부 부의장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싸움에서 최소한 상여금의 통상임금화 의제라도 챙겨야 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이 복잡한 임금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 등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대안과 프레임으로 정권과 자본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리를 뛰어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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