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100년 만의 폭염은 불평등했다. 에어컨을 살 수 없는 쪽방촌 노인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아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더위 앞에 쓰러졌다. 서울시가 이러한 '안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와 저소득층·장애인·어르신 등 대상별 맞춤형 정책을 개발한다. 서울시는 7일 '안전도시 서울플랜'을 공개했다. 4대 분야 70개 과제가 망라된 안전 분야 중장기 마스터플랜이다. 2022년까지 5개년 기본계획으로 진행되는데, 11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최초의 '아래로부터의 안전대책'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도시 서울플랜은 인문·사회학적 관점, 노동의 관점, 재난회복력 관점을 도입한 최초의 마스터플랜이다. 전문가와 현장 노동자, 시민 주도로 수립한 첫 번째 '아래로부터의 안전대책'이다.

안전도시 서울플랜이 나온 배경에는 2016년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숨진 김군이 있다. 서울시는 "김군 사망 이후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안전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주목했다"며 "재난의 사회구조적 맥락을 살펴 안전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인문사회·노동·시설물 등 분야별 전문가·시민대표 19명이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 30여 차례에 걸쳐 안전정책 혁신방안과 안전관리 기본방향을 논의한 끝에 안전도시 서울플랜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안전도시 서울플랜에서 시설물 관리와 인프라 보수·보강 위주였던 기존 도시안전·관리 개념을 넘어 지진·폭염·미세먼지 같은 새로운 안전위협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 재난 발생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재난회복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폭염·미세먼지 같은 새로운 위험에 선제대응

4대 분야는 △미래 안전위협에 선제적 대비 △안전약자 보호 △4차 산업 기술 활용 △국제적 협력이다. 서울시는 기후 및 도시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안전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안전을 강화한다. 10년 후 30년 이상 노후시설물 비율이 61%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안전까지 고려한 선제적 보수·보강·성능개선 체계를 구축한다. 2022년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를 세제곱미터당 20마이크로그램에서 18마이크로그램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국 최초로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등급제를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또 폭염에 대비해 서울특별시 기후변화 재난 취약계층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도시 열환경을 개선하는 근본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2천만그루 나무 심기와 녹화사업을 한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현장 위해요인을 상시 점검하고 위반시 처벌을 강화한다. 민간 건축물 안전관리를 위한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립해 위험건축물 직권 철거를 비롯한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서울시는 "중앙정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안전 취약영역을 발굴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전사고 예방과 사고 초기 신속한 대응을 위해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드론 등 4차 산업 기술을 안전 분야에 활용한다.

서울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나 미세먼지같이 국경을 초월한 재난에 대비해 도시·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으로 대응한다. 시민 중심 위험 거버넌스를 활용해 국내 도시가 당면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어사대·안전보안관·시민안전파수꾼·거리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전은 시민 삶과 도시의 기본 전제"라며 "안전도시 서울플랜으로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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