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국내 석회업계를 대표하는 회사인 태영이엠씨가 지난달 25일 강원도 삼척 도계읍 이끼계곡에서 석회를 캐는 하청업체 동보산업에 계약해지 공문을 보냈다. 원래 계약기간은 내년 3월까지였다. 계약해지가 반년 가까이 앞당겨진 것이다.

화섬식품노조 태영석회지회(지회장 김진주)는 계약해지가 통보되기 이틀 전 사업장 인근에서 회사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원청의 갑작스런 계약해지에 17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태영이엠씨는 공문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로 생산에 차질이 생겨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한 달 31일 석회 마시며 일해도 최저임금 못 받아"=7일 노조에 따르면 태영이엠씨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뒤 회사의 노조간부 해고·노조탈퇴 압박·계약해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영이엠씨 하청업체 동보산업·영광ENG 소속 석회 채굴 노동자 32명이 올해 6월2일 태영석회지회를 만들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같은달 10일 무렵 동보산업 소속 김아무개 부지회장이 해고됐다.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운 이유는 보기 드문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김진주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나만 해도 3월 한 달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31일 만근을 하고서 월급 300만원을 받았다”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자 원청이 나서 노조탈퇴 압박을 가하고 계약해지로 노조활동을 막아 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7월4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회사에 "휴게실 마련" 같은 당연한 요구를 담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교섭대표위원으로 활동하는 박엄선 노조 풀무원춘천지회장은 “4천미터 굴속으로 들어간 뒤 다시 지하로 120미터 내려간 장소에서 노동자들이 일한다”며 “화장실은 최근에야 만들어졌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면 1센티미터 정도 석회가 내려앉을 정도로 70~80년대 수준의 노동환경”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연춘 노조 조직국장은 “노동조건이 워낙 열악해 노동관계법 준수 수준의 조속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임금과 관련해서는 요구안도 내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하청업체 사장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다, 원청 방해로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회사와 10여차례 교섭했다. 사용자는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회는 지난달 초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같은달 22일 조정이 결렬됐다. 지회는 다음날부터 천막농성과 태업을 했다. 쟁의행위 후 대다수 조합원들이 계약해지로 해고됐다. 본의 아니게 전면파업을 진행 중인 셈이다. 현재 지회 조합원은 22명이다. 오연춘 국장은 “회사의 노조 탈퇴 압박으로 조합원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회사는 교섭 도중 영광ENG 소속 심아무개 사무장을 징계절차도 없이 해고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태영이엠씨 "우리는 사용자 아니다"=회사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시작되자 대체인력을 투입하려고 했다. 광업소 주변에 덤프트럭과 인력을 배치해 지회와 충돌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회에 "하루 7천500만원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알려왔다.

이달 2일에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 중재로 지회와 하청업체가 마주앉았다. 양측은 단협 체결을 위해 상당 부분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런데 원청이 반대해 합의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사용자인 태영이엠씨가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소하 의원은 "촛불로 세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하기 좋은 나라를 역설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집단 계약해지 등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영이엠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두 하청업체와는 물량으로만 거래하는 계약관계이며 우리는 해당 노동자의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다”며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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