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회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민주노총 법률원에는 수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상담전화도 유행을 탄다. 지난 1~2월에는 최저임금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았고, 5월에는 연차휴가에 관한 법 개정으로 본인 연차휴가가 몇 개인지, 7월엔 주 40시간 근로시간제도와 관련해 많은 상담전화를 받았다. 상담이 유행을 타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 개정이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은 올해 많은 부분이 개정됐으므로 내년 1~2월에도 여지없이 최저임금 상담이 많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내년 1~2월 상담은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상담과 결을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글은 곧 성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개정법이 너무 어렵다. 노무사인 필자도 2회독을 하고 나서야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다. 육첩방은 사용자의 나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법이 이렇게 어렵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법이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아닌 최저임금 고시액만 변경돼 왔다. 최근 개정법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산입범위를 대폭 확장해 정기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되도록 했다. 개정 최저임금법은 기존에 산입되지 않던 ‘식비·교통비 등 근로자의 생활 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을 최저임금 기준 기본급의 7%인 12만원 이상을,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25%인 43만원 이상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개정했다.

최저임금에 관해 상담의 결이 다를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최저임금법 6조의2에 규정된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특례 때문이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속이 후련했냐고 묻고 싶다.

2018년 최저임금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임금이었다(이때 손목을 잡으면서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이런 빅픽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개별적 동의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거나, 휴게시간을 대폭 늘리거나, 사람을 해고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 노동자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런 상담이 들어올 때마다 필자는 취업규칙을 확인할 것을 요청드렸다. 취업규칙상 정기상여금이나 휴게시간 등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는 경우 노동자 개별동의만으로 이를 기본급으로 산입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릴 수 없으니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인 집단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취업규칙은 역설적이지만 사용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노동자에게는 마지막 보루 같은 존재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노동자에게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본래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작성 권한이 있으나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불이익변경 절차라는 것을 거쳐야 한다. 사업장 내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위원장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노동자 과반수가 집단동의 방식, 예컨대 사용자가 퇴장하고 난 후 노동자들끼리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지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러한 불이익변경은 매우 귀찮고 어려운 절차다. 필자의 경험상 지금껏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친 경우는 단 한 건뿐이었다는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대원칙을 무시하고 최저임금법에 최초로 예외를 뒀다. 즉 의견만 듣고도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제 누군가 나에게 상담전화를 걸어와 개별동의만으로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려고 하니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뿐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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