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공약 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으나, 논의가 순탄치 않다. 선 비준-후 입법론이나 선 입법-후 비준론처럼 비준 절차·방법에서도 이견이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국내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민주노총 법률원이 ILO 협약 비준 절차와 ILO 협약을 비준하면 달라지는 국내 법·제도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6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선택에 의해 단체교섭 제도의 채택 여부가 불확정적인 구조로 교섭절차를 통한 편파성과 남용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사업장단위 교섭강제로 사업장단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각 노동조합의 고유한 조합활동권, 나아가 완전한 결사의 자유를 위해 보장돼야 할 쟁의권마저 제약받는 제도다.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소수노조의 노조할 권리

교섭대표권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노조가 자기 조합원에게 발생된 현안에 대해 사용자에게 협의를 요구하더라도 창구단일화 제도가 사용자에게 거절의 핑계가 되고 있다. 교섭대표노조 결정 없이는 소수노조가 독자적인 쟁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들 간의 구분을 허용하는 것은 단체교섭, 정부당국과의 협의, 국제조직 파견대표 지명 등을 위해 일정한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에 국한될 뿐이고, 단체교섭이 거부된 소수노조에게도 노동조합을 위한 업무수행, 조합원을 위한 이의제기, 자기 조합원의 개별적인 고충에 대해 조합원을 대표할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ILO 협약ㆍ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CEACR)의 입장이다(the 1996 Digest, para 829).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단체교섭권은 해당 교섭단위 내 모든 노동조합에게 부여돼야 하고, 소수노조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ILO는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 동의 없이 쟁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해 “파업권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노동쟁의에 국한돼서는 안 되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면 더 넓은 맥락에서 조합원들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현행 창구단일화 제도와 관련해 쟁의행위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동쟁의를 넘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원칙에 따라 쟁의행위 합법성이 노동조합의 교섭대표지위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CFA, 363th report, Case No. 1865, para 118).

단체협약 시정명령과 노조전임자 급여금지

단체협약 내용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형사처벌로 단체교섭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단체협약 시정명령제도 및 노조전임자 급여금지 제도를 지적할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단체협약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행정관청에 신고하고, 행정관청이 단체협약상 위법하다고 보는 사항은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을 명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ILO는 "당사자가 자유롭게 체결한 단체협약을 당사자 동의 없이 법령으로 정지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98호 협약 4조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단체교섭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며, 만약 정부가 단체협약 조항이 국내 경제정책에 부합하기를 원하면, 당사자에게 강제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를 고려하도록 설득해야 한다"(the 1996 Digest, para 876)고 밝히고 있다. 단체협약 위법성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별도로 정부의 강제적인 행정적ㆍ형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ILO의 교섭자유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ILO는 특히 노조법 24조2항 전임자 급여금지 규정은 87호 협약 3조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보장 원칙에 상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LO는 "노조의 재정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노조 전임자의 급여지급에 대해 입법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법적인 간섭이 없도록 할 것, 이를 통해 노동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하는 등 노조전임자 급여금지 조항 폐지를 수차례 권고했으나(CFA, 306th report, Case No. 1865, para 339; 363th report, Case No. 1865, para 111)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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