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재학생들은 빨리 취업하기 위해 학교에 진학했지만 정작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졸채용이 줄어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고, 취업현장에서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학생이 많았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는 10월 한 달간 전국 특성화고 재학생 1천3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3일 공개했다. 특성화고 재학생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제도개선 방향을 물었다.

특성화고에 진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빨리 취업하기 위해서"(46.3%)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취업과 관련한 실질적인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응답(12.9%)도 적지 않았다. 졸업 후 희망하는 진로를 물었더니 "선 취업 후 학습"이라고 답한 이들이 39.4%를 차지했다. "취업을 하겠다"는 답변은 33.2%, "대학 진학"은 18.9%였다.

특성화고 학생으로서 어려움을 느끼는 현실도 취업에 관련된 것이었다.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26.35)과 취업을 위한 실습의 양적·질적 부족(12.5%), 양질의 취업처 부족(11.8%)을 선택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권리로는 "성별·나이·학력을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하지 않을 권리"를 꼽은 응답(46.7%)이 가장 많이 나왔다. "강요 없이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13.1%)와 "진로를 강요받지 않고 취업·재취업·진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10.5%)가 뒤를 이었다.

연합회는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하지 못하고 학교에 남아 있는 상황이 길어지면 학생들은 원치 않는 대학 진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실습에 못 나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도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교실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학생 지아무개군은 "사회에 빨리 진출해 전문성을 익혀 뛰어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올해부터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이 폐지되면서 사라져 버렸다"며 "정부는 취업과 교육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학생과 기업들과 함께 토론해 합의점을 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연합회는 제주도 생수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로 숨진 고 이민호군 1주기를 맞아 17일 서울에서 추모대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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