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8. 8. 16. 선고 2016구합53098 판결


1. 사건의 배경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 판매조직은 지점과 대리점으로 나뉘어 있다. 지점에는 현대·기아차가 직접 고용한 판매영업사원(카마스터)이 있다. 대리점에는 현대·기아차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대표, 그리고 대표와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판매영업사원이 있다. 대리점 카마스터는 외근형 노무제공자로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대리점 밖에서 보내며, 가망고객을 나름의 방법으로 확보하며, 판매를 성사시켰을 때 받는 판매수당과 인센티브 외에 따로 고정급이 없었다.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들은 2015년 9월 전국 자동차 판매대리점 카마스터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했다. 노동조합은 2015년 11월부터 각 대리점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시작인 교섭요구를 했다. 그런데 대리점 대표들은 대리점 카마스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사실을 대리점에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노동조합은 각 대리점 대표에게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받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시정신청을 인용했고, 이에 불복한 대리점 대표들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의 쟁송이 진행되는 동안 대리점들에서는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 노동조합 탄압이 빈발했으며, 일부 대리점들은 본사와의 대리점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기도 해 노동조합원들은 집단으로 길거리로 내몰렸다.

2. 쟁점과 배경 법리

이 사건의 쟁점은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있다.

대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특정 사업장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거나, 구직자·실업자의 경우에도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거나,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보다 넓다고 판시해 왔는데(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재직 중인 노무제공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학원 종합반 강사에 관한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판단 법리에 준해야 한다거나, 신국립극장사건과 INAX사건에서 일본 최고재판소가 판시한 법리 등 비교법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이 오갔다. 그리고 이 사건 변론 종결 즈음 이른바 ‘학습지교사 판결’이 선고됐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2014두12604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판시했는데 이 사건 판결에도 적용됐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노조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 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러한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⑦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3. 이 사건의 경우

서울행정법원은 위와 같은 6가지 판단 기준과 대리점 카마스터의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리점 카마스터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긍정했다. 그에 따라 대리점에게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고, 노동조합원에 대한 계약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① 카마스터의 소득은 대리점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차량 판매시 본사는 대리점에 판매수수료를 지급하고, 카마스터는 계약상 정해진 비율대로 판매수수료 중 일부를 판매수당으로 받는데 카마스터 소득 중 판매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70~80% 정도다. 카마스터에게는 중고차업무·폐차업무·할부금융업무 등으로 얻는 기타 수입이 있지만 이는 차량 판매에 ‘부수’한 업무로 인한 소득이므로 역시 대리점에 의존한 소득이다.

② 대리점이 보수를 비롯해 카마스터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대리점과 카마스터 사이에 체결하는 계약서는 부동문자로 돼 있어 카마스터별로 차이가 없으며 그 내용은 본사와 대리점이 체결하는 대리점 계약 내용에 부합한다.

③ 카마스터는 자동차 판매대리점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리점 사업을 통해 자동차 판매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대리점은 본사 영업본부와 지역본부의 하부조직에 편제되고, 카마스터는 동종업체 등록이 금지되므로 카마스터는 현대자동차를 통해 자동차 판매시장에 접근한다.

④ 카마스터는 동종업체 등록이 금지되므로 대리점에 상당한 정도로 전속된다. 카마스터와 대리점의 법률관계는 상당한 정도의 기간으로 지속적이었다.

⑤ 대리점과 카마스터 사이에는 어느 정도 지휘·감독 관계가 존재한다. 대리점 계약과 판매위탁계약을 종합해 보면 본사의 업무상 지휘·지시 등에 관한 사항은 대리점 카마스터에게 간접적으로 적용된다. 출퇴근 시간과 전시장 당직근무가 어느 정도 강제됐다. 본사는 정기적으로 업무지도와 교육을 실시했고, 협조전과 이메일을 통해 영업방법·판매조건·판촉활동 등에 관한 지시를 했다.

⑥ 카마스터가 대리점에서 받은 판매수당은 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노무 제공의 대가이며 노조법상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해당한다.

⑦ 카마스터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 카마스터는 대리점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다. 계약 내용을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정하는데, 기본 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 고정급·퇴직금이 없어 경제적 안정성이 열악하고, 여러 사유로 인한 계약해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

4. 판결의 의의

이 사건 판결은 노무제공자에 대한 업무상 지휘·감독의 정도는 ‘어느 정도’면 족하고, 기본급·고정급이 없는 성과형 급여체계라 하더라도 노무제공자가 소득을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면 족하다고 해 이른바 외근형·재량업무형·성과급형 노무제공자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향후 판결 축적을 통해 종합적 판단 지표 중 핵심적 지표와 부수적 지표가 구분돼야 할 것이며, 여기에는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드러나는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중심으로 판단되는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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