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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장] "왕진 가방 들고 농성장 찾는 의사 많아졌으면…"
▲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이보라(39·사진)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장의 진료 이력은 남다르다. 그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 <의료, 인권을 만나다>에 쓴 주제는 '단식농성자의 건강권'이다. 단식농성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을 위한 지침서를 만든 것이다. 이보라 센터장에게 '인권 치유'에 관해 물었다.

- 단식농성이나 고공농성을 한 사람을 진료할 때 일반환자와 다른 특별한 점이 있나.

"아프게 된 배경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신체적인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심신이 지친 상태로 병원에 오기 때문에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부분을 많이 배려한다. 우리 병원에는 단식농성자를 위한 특별식단이 있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진단서를 쓸 때다. 일반환자는 주로 보험회사 제출용 진단서를 요구한다. 반면 고공농성자들은 경찰서에 낼 진단서라며 '(구속되지 않도록) 잘 써 달라'고 부탁한다."

- 단식·고공농성 현장을 많이 다녔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지난해 4월 광화문사거리 광고탑에서 한 고공·단식농성장이다. 콜텍 해고자를 포함해 6개 사업장 노동자들이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광고탑에서 27일간 농성을 했다. 6명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고공농성까지 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보통 병원에서 업무를 마치고 현장에 간다.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처음 광고탑에 오를 때 겁이 났다. 10번 정도 오르니까 눈 감고도 오르겠더라."

- 단식·고공농성자에게 의사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소한 의사에게는 솔직하게 말해 줘야 한다. 불편한 증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그런데 자기가 아프다고 하면 투쟁이 약화하거나 협상에 영향을 줄까 봐 숨긴다. 진료를 가면 농성 당사자보다는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증상을 물어보는 편이다. 고공농성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자신이 가진 질병이나 먹는 약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 인권 치유 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장 필요한 것은 의료진이다. 단식·고공농성자들에게 병원에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왕진을 가는데, 농성기간이 길어질수록 왕진횟수가 늘어난다. 많은 의사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진료기록을 공유하면서 함께한다면 단식진료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경험도 쌓일 것 같다. 지방은 거리상 문제로 곧바로 가지 못해 안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식농성이나 고공농성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건강을 훼손하면서까지 처절하게 알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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