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자회사가 죽였다. 김원창 열사 죽음의 배후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대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자회사를 강요한 이들이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고 김원창 공공연대노조 울산항만공사지회장을 추모하고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쟁취를 결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인은 이달 19일 청와대 앞에서 자회사 전환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한 뒤 울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차 안에서 급성심정지로 쓰러져 이튿날 새벽 숨을 거뒀다.

“열사 염원대로 자회사 저지하자”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부위원장은 고인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울산항만공사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회사 전환을 막기 위해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눈물과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며 “열사의 염원대로 자회사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마사회·한국잡월드·서울대병원·한국가스공사·발전소·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을 비롯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 갈등을 빚는 사업장 용역노동자들이 참석했다. 공공기관에서 용역노동자로 수십 년간 일한 당사자들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은 사기”라며 “정부는 기관에만 맡겨 두지 말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자회사 입사원서를 쓰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 조합원들도 집회에 함께했다. 손미숙씨는 “우리가 청와대 앞 노숙농성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점거농성에 분회장 단식농성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잡월드에서 일하는데 용역회사가 바뀔 때마다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잡월드에서 일하는 잡월드 직원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민들레분회장은 “원청은 필요할 때는 같은 직원끼리 뭘 따지냐고 말하면서 우리가 요구할 땐 용역회사 일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한다”며 “자회사나 별도직군이 아닌 온전한 직접고용이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과 같은 임금 달라고 한 적 없다”

이들이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회사가 기존 용역회사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만들면 설립비용과 인력관리 비용이 추가로 소요돼 처우개선을 위해 쓸 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인 만큼 원·하청 간 소통이 어려운 문제도 남는다.

홍종표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비정규지부 공동지부장은 “자회사 방안으로는 용역회사가 가진 문제점을 아무것도 개선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21년 동안 가스공사에서 용역노동자로 일하며 느낀 것은 하청이 원청 눈치를 보느라 현장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민주연합노조 정선지부장은 “강원랜드는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면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로 불가능하다면서 직접고용에 난색을 표한다”며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요구한 적이 없고 다만 안정된 일터를 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21일 하루 총파업을 한다.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우리가 앞장서 실현하고자 한다”며 “정부 관료와 공공기관 사장들에 의해 (정규직화 정책이) 막힌다면 민주노총은 1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총파업·총력투쟁으로 승리를 일궈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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