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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추석을 앞두고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강원랜드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추진하는 사장을 만나게 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갔었다. 이들은 한 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 동안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를 가둬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두 명의 노동자는 단식농성을 했다. 한 노동자는 건강 이상으로 단식을 중단했고 다른 노동자는 13일간 단식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데, 모두가 원했던 것을 한다는데, 왜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당사에서 스스로 감옥살이를 하고 목숨 건 단식농성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방법이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추진됐고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1년 동안 운영했다. 1년 동안 회사는 자회사 방식을, 노동자는 직접고용 방식을 주장하며 논의를 했으나 전문가들은 더 이상 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협의회를 끝냈다. 전문가위원들은 노동부에 보고할 테니 이후에는 그 절차에 따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협의회를 이렇게 끝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표결로 자회사 전환을 결정짓길 원했다. 전문가위원들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협의를 종결하자 남아 있던 사람들끼리 ‘자회사 전환 합의서’를 작성하고 노사 간 자율적 합의에 따라 자회사로 결정됐다고 공표했다. 전문가 위원과 민주노총 대표는 이미 퇴장한 후였다. 자회사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이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민주노총 대표는 이 합의에 참가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9월5일 노사합의 공표 이후 빠르게 대응했다. 같은달 27일부터 ‘자회사 전환 개별동의서’와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를 받았다. 영업소별로 공문을 시행해 동의서를 받았다.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에는 법원 판결 전까지 도로공사 기간제 근로자로 수납업무가 아닌 공사 조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도로정비·조경·청소·경비·조리원 등)가 부여된다고 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에도 공사 조무원 업무가 부여되고 패소할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가 종료되며 공사 직원도, 자회사 직원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직접고용을 원하는 노동자에겐 너무나 가혹한 조건이다. 자회사로 가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겐 협박이었고 모험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용역근로자에 대해 “노·사 및 전문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과 방식·시기를 결정하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 당사자 등 이해관계자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구성·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처음에는 요금수납원이 ‘스마트 톨링’으로 없어져야 할 업무라고 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자 자회사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임금인상률도 자회사는 30% 이상을, 직접고용은 12%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직접고용을 당연히 요구하던 다른 노동자 대표들도 회의가 거듭되면서 자회사로 입장을 바꿨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은 임금을 더 받는 게 이익일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마지막 회의에서도 도로공사는 표결을 하자고 했다. 도로공사 입장은 일관되게 자회사였다. 처음부터 직접고용보다 자회사를 유리한 조건으로 설계해서 선택하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을 자회사 전환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설계해 노동자들에게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광지역법) 효력이 2025년 끝나면 이후에는 연장이 불투명한데 직접고용하면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또 직접고용하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고 주장한다.

강원랜드의 전체 용역비용은 747억원이고 종사인원은 1천646명이다. 1인당 4천600만원 정도로, 월로 환산하면 385만원가량이다. 노동자들은 추가비용을 쏟아부으라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은 용역업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용역업체가 가져가던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처우개선비로 사용하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법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안으로 입장을 굳히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 지침에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게 명분 있는 것 아닌가? 노동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라는 것은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 단지 서류상 문구일 뿐인가? 공공기관은 그동안 고유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은 책임져야 할 자가 고용 책임도 지고 사용자 자리로 돌아가라는 것 아닌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명분 있는 일을 하면서 노동자를 배제하고 공공기관 사용자 논리와 입장만이 지배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촛불 이후에 세워진 정부에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정규직 전환을 손꼽아 고대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기대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강행으로 오히려 정규직 전환보다 못한 결과가 돼 버렸다. 그들은 말한다. “차라리 정규직 전환 협의가 없었으며 좋았겠다”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다면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것”이라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정부 의지가 노동자들에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이 돼 버렸다.

조명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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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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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남희 2018-10-25 23:53:41

    노동가에 나오는 가사가 떠오르네요
    그돈으로 니들이 한번 살아봐라~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말라~
    노동자와 자본가와는 타협은없다라고
    정말 촛불 집회로 일어선 정부가 막상 일이터지니
    발을 빼고 내가 잘나서 됐으니 ㅡ하는 식이내요
    다음 선거때는 또 어떤 감언이설로 우리 노동자들을 현혹해서 정권을 쥐려고 할까요?
    우린 그럼에도 투쟁입니다!!!   삭제

    • 고전강내 2018-10-24 18:32:23

      꼼수 안통한다.가자 직접고용   삭제

      • 강래 컴백홈 2018-10-24 18:05:53

        강래야 가만히 놔둬라 우리자리   삭제

        • 김승화 2018-10-24 17:03:02

          마지막에서 슬프네요 정규직 전환협의 없었다면..
          대법판결 기다릴텐데..
          직고투쟁!!   삭제

          • right 2018-10-23 10:36:57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기관, 권력이 막강한 기관...... 비리의 온상으로 밝혀진 경우가 많습니다.   삭제

            • true 2018-10-23 10:21:41

              정부출연연, 공기업 및 기타 공공기관에서는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 대신 가이드라인에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무슨 사연인지 정규직화 되었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 법제화를 통해 정부 정책이 공명정대하게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삭제

              • hope 2018-10-23 10:12:47

                정부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의 법제화를 통해 공명정대하게 정책이 받영되기를 바랍니다.   삭제

                • 아부로 흥한자 아부로 망한다 2018-10-23 09:40:02

                  파견.용역업체에서 선임한 현장관리자 팀장, 실장이라는 사람들이 노동자 대표가 되어 협의를 하고 사측의 자회사 설립에 동조
                  자회사로 전환시 자회사 관리직이 되기 위해 과한 의전 및 눈치 보고 있습니다
                  아직 전환 결정이 안된 공기업.공공기관은 전환과정에 절차상 문제점은 없는지? 있다면 공정하게 되야 할것이구요
                  자회사로 결정됐지만 문제가 있는 공기업.공공기관은 자회사 설립 시 일반직원은 고용승계 하더라도
                  임원 선출 및 관리직급 채용시 인사청탁, 채용비리가 없도록 선출 및 채용에 투명함이 필요합니다   삭제

                  • 직접고용 2018-10-23 09:16:41

                    자회사 설립은 돈 안드나? 공기업,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자회사 설립 문제입니다

                    많은 동의와 전파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93035?navigation=petitions
                    http://pann.nate.com/talk/343627957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objCate1=2&articleId=217208&pageIndex=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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