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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법인분리의 목적과 전망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한국지엠이 회사를 쪼개겠다고 공시했다. 기업분할은 19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반대하겠지만 표에서 한참 밀린다. 이번 기업분할은 한국지엠 정관에 정한 산업은행의 거부권 범위에서도 벗어난다. 지엠이 분할되는 자산을 절묘하게 나눠 놓은 탓이다. 산업은행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지엠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지엠의 기업분할은 연구개발 관련 부서들을 한국지엠에서 떼어 내는 것이 목표다. 연구소와 생산기술 관련 인력 3천여명이 새로 설립되는 지엠테크니컬센터㈜로 이동한다. 지엠의 명분은 전문화다. 다소 황당하다. 세계 자동차기업 어느 곳도 제조와 연구를 별도 기업으로 전문화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기업 미국지엠도 제조와 연구는 하나의 기업에서 이뤄진다. 독립적 연구기업을 두는 경우가 간혹 있더라도 이는 생산설비가 없는 지역에 연구소를 세우거나, 별개의 두 회사가 특수한 목적으로 합작 연구소를 세우는 경우다. 한국처럼 수십년간 생산을 한 자동차기업이 기존 연구소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것은 유례가 없다.

그렇다면 지엠의 속내는 무엇일까? 두 가지다.

첫째, 연구소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지엠은 연구소 노동자가 생산직 노조에서 분리되면 연구직 노조가 힘을 잃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연구직 조합원은 생산직 조합원에 비해 조직력에서나 투쟁 경험에서나 힘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지엠은 지금까지 생산직과 연구직이 한 조직으로 뭉쳐 있었다. 그래서 한국지엠지부 파업시 생산과 연구가 함께 멈춘다. 하지만 이는 지엠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한국지엠이 글로벌 중소형차 연구개발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엠은 유럽 법인을 매각하면서 중소형차 연구개발 능력이 약화됐다. 한국지엠이 예전 유럽에서 하던 역할 일부도 떠맡았다. 생산과 연구가 함께 교섭하고 파업하는 것이 지엠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둘째,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지엠은 수년간 한국에서 생산을 줄이고 있다. 올해 5월 협약을 통해 출자전환과 신차 배정을 약속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엠의 중장기 계획에는 한국공장 자리가 불명확하다. 부평2공장은 얼마 전부터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했고, 창원공장도 신차가 투입되기 전 몇 년 동안 생산이 급감했다. 지엠이 한국에서 수익을 내려면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물량을 더 배정하든지, 아니면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또 해야 한다. 그런데 지엠에게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수월하다. 기업 분할을 통해 생산공장만 별도로 남기면, 경영 문제 전체를 건드리지 않고도 생산비·인건비 문제만 가지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연구소가 파업을 하지 못하면 생산직 노조의 교섭력도 이전보다 약화된다.

기업 분할이 지엠 계획대로 이뤄지면 생산공장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이 종합자동차기업이 아니라 위탁생산 공장으로 위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종합자동차기업의 이익은 연구개발·브랜드·생산능력·영업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하지만 위탁생산 공장의 이익은 수탁 단가와 위탁생산 단가라는 아주 단순한 수입-비용 구조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지엠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트랙스 단가에 맞춰 한국지엠에 트랙스 생산을 위탁하면, 당연히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단가가 낮으면 생산할수록 적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러면 지엠은 당연히 한국지엠에 비용절감을 요구한다. 위탁생산을 하려면 수탁단가에 맞춰 생산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로 말이다. 실제 르노삼성의 경우 닛산의 북미 수출용 제품을 위탁생산하기 위해 1천명이 넘는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엄청난 수준으로 현장 노동강도를 높인 바 있다.

새로 설립되는 연구전문 기업 역시 장기적 생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의 연구소는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를 자신의 지적재산물로 갖지 못했다. 연구인력만 있을 뿐 연구자산이 없다. 그런데 연구자산도 없는데 생산과도 분리된 연구소가 지속가능할까? 3천명의 인력을 가진 연구전문 기업이 지적재산권도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는 세상에 없다. 분할돼 신설되는 연구기업은 당장은 유럽을 대신해 여러 연구용역을 수행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이 감소하고, 중소형차 연구도 지엠 본사와 중국 등으로 분산되면 결국 생산공장과 비슷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지엠지부와 산업은행은 무엇을 해야 할까? 최선은 법인분리를 막는 것이지만, 이미 진행된 바를 보건대 지엠은 법인분리를 관철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과 노동조합은 차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현재의 한국지엠지부가 조합원 범위를 신설법인 노동자까지 넓히고, 2사1노조 체계로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를 대상으로 집단교섭을 하는 것이다. 상법상의 분할을 노동자의 분할로 이어 가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의 교섭제도로 기업분할을 무력화하는 방법이다. 기업분할이 있었던 현대중공업이나 이래오토모티브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실제 있기도 했다. 물론 쉽지는 않다. 현재의 한국지엠지부가 두 기업을 교섭 자리에 함께 참가시키기 위해 강하게 투쟁을 조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부의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다.

둘째, 산업은행이 두 기업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이사 추천권 일부를 노동조합에 이양하면 된다. 두 기업의 이사회에서 산업은행과 노동조합이 공동의 요구와 공동의 발전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면, 지엠의 기업분할 효과가 일정부분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은 산업은행이 신설법인에서도 이사 추천권을 가질 수 있고, 또한 노동조합과 공동전선을 펴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유효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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