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택배대리점은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과 고용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뒤 일을 시킨다.

회사 통제가 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근무수칙과 수칙 위반시 벌금, 배송지역 할당, 민원을 택배노동자에 전가 등의 방법으로 택배노동자를 구속한다. 택배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대화·교섭을 요구하는 이유다.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택배기업 원청 교섭의무와 택배노동 환경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택배노동환경 변화와 과제' 발제에서 "택배노동자와 업체는 형식은 계약관계지만 실질적으로는 업체가 명령·지시·강요로 택배노동자를 종속시키고 벌금과 계약해지를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전산으로 배송 전 과정을 감시·통제하면서도 택배노동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적 부담을 피하고 직접고용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수료 방식의 노동력 대가 지급이 자연스럽게 장시간 노동을 유인한다"며 "택배노동자들은 택배단가 인상이 아니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밖에 소득수준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동자 노무제공 방식이 원청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원청에 교섭의무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택배노동자의 교섭할 권리에 대해 발제를 한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택배노동자는 회사가 만든 각종 업무매뉴얼에 따라 업무수행 방법이 결정되고, 대리점주는 원청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일상적 업무를 감독한다"며 "분류작업 시작과 종료, 배송시작 시간, 분류작업 비용 부담, 하차 인력 충원 등의 문제에서 원청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실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교섭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섭을 회피하는 택배회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부당노동행위를 막고 정상적으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을 엄정히 집행할 책임이 있다"며 "교섭거부·노조무력화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엄중히 수사해 기소하고, 세무조사를 통해 노동자를 쥐어짜서 이윤을 남기는 택배회사 실태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성혁 원장·조세화 변호사와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택배서비스 관리체계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태완 위원장과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송훈종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조충현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김완국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