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 규제(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이 내년 1월 시행된다.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도 정보통신업(ICT) 비중이 50% 이상이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보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공포됨에 따라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따르면 250억원의 자본이 있으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4%(무의결권주 포함시 10%)로 규제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다. 다만 ICT 주력기업은 한도 초과 보유주주가 될 수 있다. 기업집단 내 비금융회사 자산 합계 중 ICT 기업 자산합계 비율이 50% 이상이면 ICT 주력기업으로 판단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영업이 원칙이지만 장애인·65세 이상 노인의 편의 증진과 휴대전화 분실·고장으로 금융거래가 어려운 경우 대면영업을 할 수 있다. 은행이 대주주 사금고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는 은행법(자기자본의 25%)보다 낮은 20%를 적용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ICT 주력기업이 진입하는 경우에도 법률에서 대기업 대출 금지·대주주 신용공여 금지·대주주 발행 주식 취득 금지 등 다양한 장치를 뒀기 때문에 은행이 대주주 사금고로 악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해명에도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은 남는다. 참여연대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도 완화 대상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한 탓에 행정부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됐다"며 "향후 정권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재벌대기업의 은행 소유와 지배가 가능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26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17일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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