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자회사 설립을 두고 IBK기업은행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경비·시설 노동자들이 기업은행에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기업은행지회(지회장 배재환)와 전국시설관리노조 서울경기지역본부 기업은행지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정황이 담긴 증거를 공개했다. 두 노조는 “일상적으로 문제가 된 불법파견 논란을 종식하려면 자회사 방안을 철회하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는 기업은행이 경비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이들의 근무기록과 근무평가를 관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원청 직원이 작성했다는 ‘지시사항’ 문건에는 상황실 정리와 사무실 정리, 두발·복장 확인 같은 업무지시뿐 아니라 '샤워장 확인·보수'처럼 계약 이외 업무지시까지 명시돼 있다.

두 노조는 원청 직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을 통해 경비노동자들에게 원청 체육행사를 공지하며 “전원 참석을 원칙으로 하며, 1명 불참시 총점에서 1점씩 감점하겠다”고 쓴 자료도 공개했다. 올해 4월 경비노동자들의 근무시간과 특이사항이 적힌 근무기록부 감독자란에 원청 직원이 서명한 자료도 있다.

기업은행지회는 “경비노동자가 원청 관리자에게 직접 업무를 보고하고 점검받는 사례는 다반사”라고 전했다. 배재환 지회장은 “은행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비노동자가 용역관리자와 연락이 될 때까지 원청 직원 지시를 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경비는 근무여건상 어쩔 수 없이 불법파견이 자행될 수밖에 없는 직군인 만큼 기업은행은 용역노동자를 직접고용해 합법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업무지시 여부는 은행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정규직 전환 방식은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20여 차례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노동부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파견인지 도급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파견사업주 실체와 파견사업주 지휘·명령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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