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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이후의 혁명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최근 2년간 민주노총 조합원이 10만명 늘었다고 한다. 총 조합원수가 무려 13% 증가했다. 촛불혁명의 영향이다. 혁명은 구체제 ‘앙시앵 레짐’을 걷어 내고 해방의 공간을 연다. 올해 5월부터는 네이버·넥슨·스마일게이트 등 IT업계에서 노조가 생겼고, 최근에는 무노조 50년 포스코에도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에서 촉발된 삼성 개혁 흐름은 촛불 이후 3개 노조(에스원·웰스토리·CS모터스) 신설로 이어졌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 노조 가입률의 비약적 상승에 눈이 간다. 신생노조 184개 중 비정규 노동자가 38.5%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2%인데 비해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최근 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가입 흐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밀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말이다. 해안가 가장 먼 곳에 있던 IT업계, 무노조 경영 대기업, 비정규직들에게까지 밀물이 길게 들어오고 있다. 촛불이 불러온 파도다. 소수 적폐세력의 기득권 독점에 대한 불만, 내가 움직이면 세상이 바뀐다는 경험이 노동인권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었다.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내 일터의 비민주성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다. 그런 현실인식을 직장 동료들과 서슴없이 나누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일은, 대통령까지 탄핵한 용기로 인해 예전에 비해서는 다소 수월해졌다.

1987년 6월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친 민주화투쟁 이후에도 소위 ‘7·8·9투쟁’이라는 노동자운동이 있었다. 그해 6월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이 정치교체를 넘어 사회교체에 나선 것이다. 당시 4천여개의 민주노조 건설과 170만명 이상의 조합원 조직이 이 3개월 만에 달성됐다. 전체의 90% 이상 노조가 이 기간 동안 만들어졌다. 경제민주화의 꽃이 피어나는 봄이 올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직후 대선에서 신군부세력 노태우가 다시 당선되고 극우정당이 득세하면서 노조를 좌익용공으로 색깔 입히고 산업화 발목잡기 세력으로 모는 파괴공작 앞에서 민주노조는 곳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1989년 전교조 불법선언 이후 해산·단속과 대규모 해직사태가 있었고 같은 시기 학원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연속 분신사태와 이에 연대하는 노조의 가두투쟁·파업에 대한 폭력적 탄압·연행·고문이 이어졌다. 1990년 프락치활동을 강요당한 윤석양의 폭로로 노태우 정권 보안사가 노조파괴를 위해 불법사찰을 대규모로 시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노조할 권리를 옹호하고 있기에 혁명 이후 아래로부터의 미시개혁, 노조설립 흐름을 방해하는 위와 같은 반동을 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87년 이후 역사를 드디어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기회가 왔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부적인 것인데, 노조 호황시기를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지키느냐는 부분이다.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0.3%에 불과하다. 1980년대 후반 노동자대투쟁 시기 19.8%까지 늘었다가 이후 계속 감소해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0% 내외에 있다. 2016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300명 이상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55.1%, 30명 미만 사업장은 0.2%다. 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2%,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2.0%다.

위 통계를 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환경이 열악할수록 더 필요하다. 보호의 사각지대·불모지에 방치돼 있는 비노조, 98% 비정규직과 99.8%의 3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노동조합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개개인이 스스로 노조에 가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은 가장 악의적이며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게끔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운영 중인 직장인 익명 상담 카톡방 ‘직장갑질119’에 올라오는 문의들은 익명이 아니면 도저히 올릴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고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개인은 전부 일대일로 사용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분위기 조성과 조력이 없으면 개인이 먼저 나서기가 불가능하다. 점처럼 흩어진 채 각자의 회사·공장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기존 정규직 노조와 대규모 노조 상급단체가 도움을 줘야 한다. 시혜가 아닌 조직화다. 정규직 노조가 조합 가입범위를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노조를 지원하고, 노조 상급단체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98%의 비정규직, 99.8%의 3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사업역량을 집중하면 어떨까. 속된 말로 블루오션이라고 하지만, 비노조 블루오션은 절망의 바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노조 가입률이 최하인 지금의 한국에서 우리는 절망의 블루오션이 희망의 레드오션으로 바뀔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류하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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