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달 발생한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고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사죄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이 아닌 자체 소방대로 사고를 수습하는 관행을 버리라는 국회의원들의 주문에는 침묵했다.

박찬훈 부사장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산화탄소와 관련해 사고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죄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며 "사고 대응 메뉴얼을 바꿔 사고 발생 즉시 119소방대에 신고하고 자체 소방대는 공식 소방대를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013년 5월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삼성전자 종합진단보고서를 보면 이산화탄소에 대한 위험성 교육 미비·유해위험물질 목록 누락·대응 메뉴얼 미비를 이미 지적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는 예견된 산재"라고 비판했다. 공단은 종합진단보고서 366쪽 유해위험물질 목록에서 이산화탄소가 제외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588쪽에서는 이산화탄소 독성에 대한 교육미비를 언급했다. 이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방출에 따른 독성과 사망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개선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정미 의원은 삼성전자가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기흥공장 6-3라인 공장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박찬훈 부사장은 "이산화탄소 노출 장소는 지하이고, 별개의 독립된 공간이어서 안전해서(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안 알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이날 공개한 사고 발생 30분 후 CCTV 영상을 보면 다른 직원들은 대피하고 있는데, 청소노동자가 사고지점인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의원은 "박 부사장이 나와 면피성 발언만 할 것이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출석해 책임 있게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한편 지난달 4일 오후 1시55분께 삼성전자 기흥공장 6-3라인 지하 1층 화재진화설비 이산화탄소 밀집시설에서 전기설비를 점검하던 하청노동자 3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1명은 중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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