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5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청년은 별로 없을 것이다. 5년 후, 아니 1년 후도 자신 있기 어려운데 65세 이후 삶을 물어보면 상상할 수 있는 청년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아무 안전망 없이 당장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국민연금 논의는 너무나도 머나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청년들 중에서도 국민연금 논의가 특히 더 남의 일로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저소득·불안정·비전형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청년들에게 국민연금은 단순히 ‘국가에서 떼어 가는 세금’일 뿐이다. 저소득일수록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다고는 하나 여전히 노동시장 취약계층일수록 가입기간부터 현격히 차이가 나면서 소득보장 정도가 크게 떨어진다. 10년 가까이 일을 했음에도 영세 서비스업에서 일하다 보니 국민연금 가입이력이 전무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용보험을 냈어도 실업급여를 받아 본 적이 없는 청년들에게 국민연금을 내면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실업난으로 첫 취업이 늦어진 경우, 그리고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고 있는 청년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보험료를 납부했어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비전형 노동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은 임의가입은 가능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노동시장 내 격차가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개인이 평생에 걸쳐 감수해야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특히 공적연금 체계라면 더욱 그렇다. 최소한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 체계라면 노동시장 내 위치와는 상관없이 인간적인 최소한의 삶을 일단 보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다시 또 논란이 되고 있다. 법적으로 5년마다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70년에 걸친 재정추계를 하도록 돼 있는데 그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제도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기금 고갈이 3년 당겨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처럼 말하곤 한다. 이러한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 마케팅’조차 청년에게는 와 닿지 않는 먼 미래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현재 적립된 국민연금기금 고갈 이후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러한 전환이 너무나도 급격히 발생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균열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부과식 전환 자체를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한 급격한 전환에서의 형평성 문제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세대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의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는 오히려 지엽적 요구다. 지금 지급보장을 법에 명시한다고 해서 미래에 지급보장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지급보장을 위한 재원을 누가 부담하고,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없이는 공허한 이야기다. 이러한 과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세대 간 연대 논의 과정의 결과물로 지급보장 명문화가 이뤄질 수는 있으나, 이런 과정 없이 명문화하는 것은 순서가 어긋난 이야기다. 당장 실업의 공포에 눌려 있는 청년에게 국민연금은 너무나도 머나먼 이야기고 미래에는 자신이 받을 수 있다는 감각 자체가 지금의 제도설계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현재 논의의 가장 핵심적인 당사자 중 하나인 청년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만들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급보장을 아무리 명문화해도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세대 간의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저출생. 2018년 신문 지면을 뒤덮었던 단어다.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과장된 측면도 있을 수 있으나 이제는 한국 사회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상상태(New Normal)에 접어들었음은 모두가 동의한다. 한국 경제가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던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을 이제 청년세대가 겪을 새로운 사회 변화를 기준에 놓고 보다 평등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보상체계로 설계해 가야 한다. 여기에는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서 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곧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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