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군 변호사(법무법인 민국)

기쁜 소식이 하나 더해졌다. 반올림, KTX 승무원, 쌍용차 해고자들과 사측의 합의가 연이어 있던 가운데 검찰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밝히며 관련자 32명과 2개 법인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뿌리는 깊다.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노조 안 된다”고 했고, 이를 후대까지 충실하게 지켰다. 2013년 심상정 의원은 이병철 전 회장의 유훈이 구체화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 내용은 삼성이 전사적이고 조직적 차원에서 노조와해 공작을 벌이는 현실이 드러난 충격적인 것이었으나 이에 대해 삼성은 관련 없는 일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최초 논란 후 수년이 흐른 후에야 사법당국이 노사전략 문건 작성주체가 삼성그룹이며 그에 따라 노조와해 공작이 행해졌다는 구체적인 수사 결과를 내어놓았다. 검찰의 조사 내용은 지금까지 삼성이 삼성과 그 계열사, 협력사에서 노조와해를 위해 저질렀던 구체적인 범죄행위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한국경총·경찰 등 삼성 외부의 국가조직 일부도 삼성의 노조파괴범죄에 협력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반헌법적 모토를 사훈으로 걸고 있는 삼성그룹의 행태에 대해 사법당국이 제재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검찰 발표를 보며 여러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 수사 내용의 핵심인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처음 공개된 이후 어느새 6년이 흘렀다. 그동안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고, 노동 3권 침해행위에 대해 국가의 사법시스템이 과연 작동이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룹 총수의 유훈으로 행해진 이러한 전사적 행위 대해 현재 그룹 총수와 미래전략실 수장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들이 기소대상에서 제외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이들에 대한 면죄부가 돼선 안 될 것이다.

올해 4월 삼성전자서비스는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노사 양측이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협력사인 보안회사 에스원, 단체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에버랜드에서 차량운행을 담당하는 CS모터스 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노동조합 활동 방해를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여전히 삼성이란 이름 아래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과 인간관계, 심지어 목숨까지 내어놓아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1일 오전 11시30분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요구하는 민변·금속노조·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금속노조 법률원·참여연대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다.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무노조 경영'이 국내 제1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회자되고 용인됐던 그간의 현실,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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