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포스코노조가 빼앗긴 노동 3권 쟁취와 정경유착·부실경영 고리를 끊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기업 포스코를 되찾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뼈를 깎는 혁신으로 완전히 새로운 포스코노조를 건설하고 포스코 무노조 경영 50년의 사슬을 끊어 내겠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렀고 우리의 노동이 부정과 비리의 기반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구성원들은 분노했다. 무노조 경영 50년의 분노가 쌓이고 뭉쳐 폭발한 것이 바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다.”

18일자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기사를 인용했다. 앞은 김만기 포스코노조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노총에서 한 기자회견 내용이고, 뒤는 한대정 포스코지부장이 민주노총에서 한 발언이다. 참으로 묘한 느낌이다. 양대 노총이 같은날 포스코에서 노동조합을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노동조합하기 좋은 날’이 포스코에도 오나보다. 다만 양대 노총이 조직화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흥미진진하다. 양대 조직이 선언한 것처럼 빠른 시일 내 멋진 모습의 노동조합으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쉽지만은 않을 게다. 그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도전이 예상된다. 부당노동행위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이유로도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고용노동부 등 감독기관은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라지는 않지만 양 조직 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선의의 경쟁과 비판이 아니라 상호 비방과 비난으로 나아간다면 양쪽 모두에게 실익이 없다. 적지 않은 사업장 내 갈등에서 봤던 것처럼 이럴 경우 어부지리는 사용자 몫이다.

이것보다 더 큰 산, 어쩌면 유일하면서 가장 큰 산은 포스코가 자랑하는 ‘노경협의회’와의 경쟁이다. 그동안 포스코 노경협의회에 대한 호의적인 내용은 상당히 많았다. 아예 노동조합 그 이상으로 평가하는 학자도 있다. 송호근 포항공대 교수는 그의 저서 <혁신의 용광로>에서 “포스코의 노경협의회는 철강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한국형 노조”라고 역설했다.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며 스스로 묻고 답한다. “이론과 명분에서 단단한 논리를 갖고 있다. 그러니 ‘노조’라는 단어 앞에서 궁색해할 필요가 없다”라고 부연한다.

‘노동전문가’인 그는 포스코 노경협의회 칭찬을 이어 간다. “노조보다 월등한 노동자 대변조직이기 때문에 노조가 아니라고 우길 이유가 없다”고 맺는다. 너무나 당연한 논리지만 결국 50년 만에 나선 노동조합 재건의 승패는 노경협의회에 비해 “노동자를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다. 사실 노경협의회가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객관적인 지표, 현재도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이지 않는가. 주관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대변과 연대’라는 노동조합의 임무를 노경협의회가 훨씬 더 잘해 왔다고 그는 평가한다.

꼼꼼한 실증적 분석에 쉬 토를 달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의 상당부분은 특정 사업장 노동조합의 변질 경험에 근거한 탓이 크다. “노조가 소득불평등 개선, 고용조건 개선, 임금조정 유연성에 있어 비노조보다 훨씬 더 긍정적 기능을 발휘한다”는 유럽의 논리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일부 노조에 대해 “특정이익 극대화를 향해 독주하는 노조가 아니라, 이익집단”이라고 평가했다. 뼈아픈 부분이다. 사실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례는 정작 포스코의 예는 아니다. 포스코에서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면 ‘반드시’ 그가 우려하는 ‘이익집단’으로 변질되리라는, 그 어떤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지 않는가. 기우일 뿐이다.

그럼 다시 세워진 노동조합이 노경협의회보다 잘 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어떻게 하면 ‘이익집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현장노동자와 노동자계급, 나아가 시민과의 ‘대변과 연대’라는 노동조합의 본분을 다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진짜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위 책에서 송 교수는 그 답도 제시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포스코에는 직접고용하는 1만5천여명의 노동자 이외 1만8천여명이 협력사 내지 외주사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도무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물론 포스코 내 정규직 노동자들도 잘 알고 있다. 바로 노경협의회의 한계다. “노경협의회는 포스코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대변과 연대기능이 잘 닿지 않는다”고 송 교수도 인정한다.

무려 100여개가 넘는 하청업체의 1만8천여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 준다면, 포스코 노동조합은 이른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88년 포스코노조가 설립됐지만 2001년 사측의 개입과 협박에 노조가 송두리째 흔들렸고 교대근무 휴무일에 나도 모르게 탈퇴서가 제출됐다”며 “30년이 지난 오늘에야 용기를 냈다.” 김기만 집행위원장의 소회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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