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단순히 ‘쌍용차 해고자들’이 아니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자들’이라고 쓰는 이유는, 이들이 일터에서 쫓겨난 뒤 10년 동안 돌아가지 못했던 주된 이유가 이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었던 까닭에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이윤은 유출해 가고 손실은 떠넘기는 회사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함께 살자”를 외치며 파업을 선택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공권력과 회사·언론의 하나 된 탄압으로 엄청난 희생이 있었지만, 이들의 파업투쟁이 있었기에 정리해고 규모를 줄이고 노동자들이 쌍용차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다.

77일간의 공장 점거파업 기간에도 그러했지만, 그 이후 10년의 시간 동안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온갖 폭력에 시달렸다. 고임금 대기업 노동자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라고 외면당하고, 어제의 동료들이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서로 적대시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이들의 파업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공권력 행사 비용까지 물어내라며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그 가족들의 목줄을 졸라 댔다. 그런 온갖 폭력에 시달리다 30명의 목숨이 사그라졌다.

만약 이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아니었다면,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반대한다고 나서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빠졌으니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물러섰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쌍용차는 지금쯤 없어졌을 것이고,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리해고는 더욱 많은 사업장에서 거침없이 진행됐을 것이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하나둘 역사 앞에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요즈음이다. 고등법원에서 인정됐던 쌍용차의 경영상 위기 부풀리기가 왜 대법원에서 뒤집혔는지,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서 어떻게 재판거래 대상이 됐는지 법원의 민낯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는 중이다.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에 대한 여론의 매도가 어떻게 경찰에 의해 조직됐는지,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어떻게 서로 갈라져 싸우게 만들었는지, 이 과정에 회사와 노조파괴 전문법인과 공권력이 어떻게 서로 긴밀하게 공조했는지 사측이 만든 문건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아랑곳없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적 진압이 누구에 의해 결정됐는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로 일부 밝혀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그 누구도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왜 대법원 판결이 뒤집혔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여수까지 내려간 해고자들은 문전박대를 당하고, 살인적 진압작전을 지휘한 자는 여전히 “그때 진압하지 않았다면 쌍용차는 없어졌을 것”이라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진상조사위 권고에도 경찰청은 “인권적 측면과 법 집행은 다르다”며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집권한 정부에서 왜 약속한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인지, 왜 불법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인지, 절망에 빠져 또 한 명의 피해노동자가 목숨을 던졌는데도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제 쌍용차지부의 남은 해고자들이 10년 만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복직은 온전히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희생되신 분들이 싸우고 견뎌 얻은 몫일 뿐이다. 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명예회복과 보상, 국가와 자본의 사죄, 책임규명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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