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2018년 5월 초 청호나이스 주식회사에 설치·수리 등 위수탁업무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회사가 갑작스레 나이스엔지니어링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근로자 신분으로 소속을 변경시키는 과정에서 시용계약서를 내민 것에 반발해 노조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설치·수리 엔지니어로 일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일을 하라고 하면서 시용기간이라니….

조합원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회사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개인사업자에서 근로자로 지위가 변경되면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종전 재직기간은 전혀 인정되지 않고, 고정급이 생기기는 했으나 수수료 체계가 전반적으로 저하됐다.

청호나이스 주식회사가 이와 같이 나이스엔지니어링이라는 자회사(나이스엔지니어링측은 적극 부인한다)를 설립하고, 엔지니어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배경에는 종전 퇴직한 엔지니어들이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자 각종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털어 버리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청호나이스 노동조합에는 시용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조합원들과 체결한 조합원들이 공존하는데, 청호나이스 소속이던 시절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노조가 처음인 그들에게 첫 단체협약을 맺기 위한 교섭 요구, 나이스엔지니어링의 교묘한 교섭전략 등 모든 것이 낯설다. 한편 청호나이스 주식회사는 자회사를 핑계로 ‘나 몰라라’ 한다.

청호나이스에서 저들의 정수기를 설치하고 수리하면서 당했던 수많은 갑질(내가 고객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따져 보지도 않은 채 공제당해야만 했던 책임이행보증금 내역은 어디로 갔나)도 억울한데, 이제 '고정급도 주고 근로자로 만들어 줬으니 가만 있으라'고 한다.

청호나이스 조합원들은 ‘저들의 정수기’와 함께한 모든 시간을 ‘노동자’이고 싶어 한다. 단순히 갑질 대상자가 아니라 ‘정수기’ 고객의 거실에 이를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주체’이고자 한다. 조합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호나이스 주식회사, 나이스엔지니어링 주식회사 모두에게 ‘올가미’를 던졌다. 그 첫걸음은 업무시간 중 교섭 보장이다.

2~3주에 한 번 밤에만 ‘얼굴이 보이는’ 장미들. 사측 교섭위원들이여! ‘양심과 상식의 세계’로 이주하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