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케어상담사노조
글로벌 IT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그 처우와 노동환경도 글로벌 수준일까? 애플 제품과 아이튠즈앱 결제 고객상담을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애플은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와 ㅌ업체 두 곳에 국내 상담업무를 맡겼다. 두 곳 업체 중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노동자들은 지난달 4일 애플케어상담사노조를 만들고 서비스연맹에 가입했다. 김형택 위원장(35·사진)에게 노조를 만든 이유를 묻자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근무환경이 너무나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첫째 요구는 "하루 30분뿐인 휴식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키보드·마우스를 멀쩡한 것으로 교체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다음 요구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커피숍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 애플이 외국계 회사에 상담업무를 맡긴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애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사이트에는 미국계 IT기기 제조업체 인바운드 상담사를 채용한다는 내용으로 공고가 나간다. 구직자가 IT기업에 관심을 나타낼 경우 주선해 주는 업체(헤드헌터)에서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마치 애플에서 일하는 것처럼 홍보한다. 입사 후 교육을 할 때도 애플의 주요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애플은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외에도 ㅌ업체에도 상담업무를 외주화했다. 자기들이 직접 고용한 상담사들도 있다."

- 노조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모두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입사한다. 나는 최근 계약을 갱신했다. 부위원장은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평균 근속연수가 낮다. 왜 그럴까. 말하기 창피하지만 기본적인 복리후생이 안 좋은 것은 물론이고 일터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노조 출범 전 노사협의회 주요 건의사항이 멀쩡한 키보드·마우스로 교체해 달라는 것이었다. 좁은 사무실에 상담사 350여명 가까이가 일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에 먼지가 하얗게 쌓일 정도로 내부 공기가 탁하다. 그래서 에어컨·공기청정기를 교체해 달라는 건의도 많이 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사협의회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안 들어줘도 그만이다. 교섭에서 확약을 받아야 한다기에 민주노총에 도움을 요청했다."

- 첫 요구가 휴식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직이 매우 잦다. 대부분 콜센터가 이직이 많다고 하지만 이곳은 더 심각하다. 업무 물품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휴식시간 30분을 조금이라도 연장해 달라고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루 30분 휴식시간에 화장실 가고 물을 마신다. 그마저도 1회에 15분을 넘길 수 없다. 휴식시간을 관리자가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 하루 30분 휴식시간이 없는 날도 있다. 상담사들은 업무 중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못한다. 휴식시간에 사무실 밖으로 나와야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휴식공간이 없다. 좁은 복도에 서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상담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짧은 휴식시간 동안 음료를 마셔야 하는데 정수기도 부족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회사는 '너희들 말고 일할 사람은 많다'고 배짱을 부린다."

- 근무형태는 어떻게 되나.

"조를 편성해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 나눠 출근한다. 오후 6시부터 저녁 10시30분 사이에 퇴근한다. 개인별로 한 달 근무일정에 따라 일하는데 다음달 근무일정은 새달 시작 직전에 알려 준다. 계획을 세워 일과 개인생활을 하기 어려운 근무환경이다. 심지어 이번 추석연휴 근무일정도 며칠 전에야 확정했다. 연차도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주말근무에 지명되면 경조사가 있더라도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일 텐데, 우리는 쉴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 어떤 일터를 만들고 싶나.

"숙련도가 높아져야 좋은 상담 서비스가 가능하다. 입사·퇴사가 반복되는 회사에서는 실력이 쌓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알아서 회사를 찾고, 회사는 그들을 실력 있는 상담사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상담사를 '콜쟁이'라 칭하며 업신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비하하기도 한다. 이 일이 좋은 일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보람 있는 일이라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애플케어상담사들은 실력 있고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는 인식이 만들어지도록 회사를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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