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2018년은 최저임금 수난의 해다. 5월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니, 8월에는 격년 단위 최저임금 결정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재계와 국회·보수언론은 ‘최저임금 무력화’를 목표로 삼은 듯하다. 경제위기와 고용악화 책임을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며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다가 사과했던 문재인 정부 역시 고용부진을 이유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꺼내 들었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들의 눈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아 봤나요?”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도 모자라 격년 단위 최저임금 결정과 업종·연령별 적용 의무화까지 추진하는 국회의 만행에 비판을 쏟아 내던 그때였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157만원으로 한 달 살아 봤느냐?”며 “(자녀) 급식비 9만원을 내지 못해 울고, 먹고 싶은 과일 하나 사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13일 오후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양대 노총이 주최한 ‘최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 전면개정 토론회’ 참석차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마트노동자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떨궜다. 여기저기서 눈물 훔치는 소리가 흘렀다.

전수찬 수석부위원장은 “지난여름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천막까지 치고 농성을 했지만 국회는 산입범위를 확대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죽도록 싸워 쟁취한 상여금을 국회가 한 방에 기업에 넘겨줬다"며 "500만명에 달하는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갑과 을'이 아닌 '을과 을'의 싸움으로 번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 총장은 “유통업계의 과도한 대기업 지배력이 영세 소상공인 폐업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최저임금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성장은 물론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성장을 통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확대가 절실하다”며 “재벌 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는 유통산업 허가제를 만들고 내수시장 경제주체인 노동자와 중소상인 간 연대 속에 임금주도 성장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법 전면개정으로 취지 살려야

양대 노총은 올해 6월 헌법재판소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노동조건의 민주적 결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개정 최저임금법과 관련해 “최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최저임금제도가 오히려 이들의 노동조건을 합법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었다”며 “상여금 쪼개기를 과반수노조 내지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아닌 의견청취만으로 가능하도록 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특례 조항으로 노조 단체교섭권이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동자 생활안정과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입각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신 원장은 “최저임금제도는 정치권이나 사용자의 시혜적 조치가 아닌 헌법으로 정해진 의무이자 원칙”이라며 가사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최저임금 결정시 가구생계비 반영·수습노동자에 대한 감액규정 삭제·최저임금 산입범위 합리적 개정·택시업종 최저임금 산정기준 명시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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