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직장인 ㄱ씨는 요즘 회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이 야속하기만 하다. 퇴근 뒤에도, 휴일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단체방 알람이 일상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이 아닌데도 집에서든 여가생활을 하는 중이든 SNS를 통한 상사 지시에 응대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제대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쳐 오른다.

현대 사회에서 SNS는 소통 도구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 SNS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개인 간 소통을 중심으로 확장돼 온 SNS가 그 편리성으로 인해 업무수단으로 활용되면서다. 직장에서 단체방을 만들겠다고 하면 거부하기도 힘들다. SNS가 일과 삶의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업무시간 외 SNS 업무지시, 일과 삶 균형 파괴”

서비스연맹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퇴근 후 SNS 업무지시와 노동인권 침해 실태조사 분석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서비스 작업장 디지털 기술 활용과 SNS 업무지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와 연맹이 올해 6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연맹 조합원 2천283명을 조사했다. 유통업 종사자 2천71명과 호텔관광업 종사자 212명이 대상이었다. SNS 업무지시와 관련한 문항에는 2천210명이 응답했다.

그중 924명(41.8%)이 ‘퇴근 후 혹은 휴일에 SNS 업무지시로 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업무시간 외 업무를 위해 일주일 평균 1.3시간 일했다. 연간 평균 62.4시간을 업무시간 외에 일한 셈이다. 업무시간 외 SNS로 업무 요구를 받은 횟수는 1주일에 평균 2.3회로 집계됐다.

퇴근 후 혹은 휴일 중 업무지시를 받은 주된 수단으로는 SNS(1·2순위 합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55%가 SNS를 통해 업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전화연락(29.4%)·문자(10.3%)·이메일(3.8%) 순이었다.

업무시간 외에 SNS로 업무지시를 받은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업무 감시·통제가 심하다고 느꼈다.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14.1%, 없는 노동자는 11.8%가 ‘디지털화 결과로 자신의 업무 감시·통제 변화가 많아졌다’고 답했다.

김종진 부소장은 “스마트기기와 SNS를 통한 업무지시는 일과 삶의 균형을 파괴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노동시간 외 직장에서 업무 관련 전화·메일·메시지를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정부가 제도와 정책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SNS 업무지시 규제 정부에 권고해야”

이날 토론자들은 기술 변화와 자본 움직임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문자·SNS 등 통신수단을 이용해 노동자의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노동시간 외 업무지시가 만연하면서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실적 집행 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진 부소장은 “인권위는 정보통신 기술 발전 과정에서 스마트폰 기기와 SNS를 활용한 업무지시 규제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송오영 인권위 사회인권과장은 “지금까지는 노동인권과 직장내 인권문제가 노동 3권·성희롱·가혹행위·괴롭힘을 중심으로 논의됐다”며 “노동의 질적 측면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저녁이 있는 삶을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과장은 “인권위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해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인권교육 확대를 통해 노동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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