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고용노동부 포괄임금 지침 폐기를 위한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노동자들이 정부에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했다. 건설현장 포괄임금 적용을 허용한 정부 지침 탓에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우리도 주휴수당을 받고 일요일은 쉬고 싶다”며 “잘못된 포괄임금지침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괄임금제 건설노동자 과로로 쓰러져”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회(위원장 이영철)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셜빌딩 앞에서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인천·경기·강원지역 토목건축 노동자 7천여명이 이날 파업에 동참했다.

같은 시각 정부세종청사와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지역 토목건축 노동자 6천여명이 건축장비를 내려놓고 건설현장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영철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지침 폐기를 촉구하며 매일 100여명의 노동자가 청와대 앞에서 깔판과 비닐에 의지해 노숙농성을 했다”며 “건설노동자 힘으로 잘못된 포괄임금지침을 폐기시키고 일요일에도 돈 받고 쉬자”고 외쳤다.

노조가 이달 7일부터 10일까지 건설노동자 346명을 대상으로 휴일근로 유무를 조사했더니 일요일에 쉬는 비율이 27%에 불과했다. 94%의 노동자가 “주휴수당을 받으며 일요일에도 쉬고 싶다”고 했지만 현실은 10명 중 9명이 주휴수당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정부는 2011년 ‘건설일용자근로자 포괄임금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일정 기간 이상 사용이 예정돼 있는 일당제 일용노동자는 연장·야간·휴일·주휴수당을 포괄임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건설노동자 임금체불 소송에서 “(건설현장은) 근로시간 산출이 어렵거나 당연히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로 보이지 않는다”며 “건설현장 포괄임금 적용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도 포괄임금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근로기준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는 근로계약서에 임금과 소정근로시간·유급휴일수당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포괄임금제는 주휴일을 포함한 각종 수당을 임금에 포함한 채 근로계약서에 명시도 하지 않는다”며 “근기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괄임금이라는 명목 아래 건설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과로로 쓰러지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는 포괄임금지침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연내 포괄임금지침 마련 약속

노조는 11일과 이날 오전 노동부·청와대 관계자를 각각 면담해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주문했다. 이영철 위원장은 “정부가 건설현장의 위법한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공언했지만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 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 면담에서 노동부가 연내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포괄임금제 남용을 막기 위해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올해 5월 노동시간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 브리핑에서도 “통일된 지침이 없어 현장에서 판단이 일관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통일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5개월 동안 노동계와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며 “연내에 폐기하겠다는 말만 믿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라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부가 포괄임금제 관련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면 새 지침과 배치되는 과거 지침은 자동 폐기된다”며 “11일 면담에서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확인했지만 실제 이행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동자들은 결의대회 직후 청와대에 포괄임금지침 폐기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지를 전달하고, 청운효자동치안센터까지 행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