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정부가 올해 2월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에는 국회에서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직업교육훈련법)이 통과해 이달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가가 수립하는 직업교육훈련 기본계획에 훈련생 인권보호와 안전보장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달에는 학생 안전을 위해 현장실습 산업체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현장실습을 하던 직업계고 학생이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시민단체들은 “참담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부랴부랴 발표하는 교육부의 땜질식 개선방안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일시 중단하고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늬만 학습 중심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직업교육 대안 마련 촉구’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토론자들은 “교육부의 개선방안은 기존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을 뿐 학생들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존 제도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현장실습대응회의가 주최했다.

“인력파견업체로 전락한 현장실습”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현장실습이 교육 기능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서 학교가 인력파견업체로 전락했다”며 “현장실습생이 가장 많이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 제조공장의 경우에도 현장실습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학생의 지적 능력 발달 단계를 고려해도 전문적 영역의 지식은 기초학습능력을 갖춘 사람이 단기간에 집중하며 습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학생을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일정 연령까지 충분히 학습기회를 주고 평균 이상의 지적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참관한 한 교사는 “20년 넘게 특성화고에 근무하고 있지만 학생을 기업체에 보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고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한 활동가는 “우리에게 하루만 그 일을 하라고 해도 못 버틸 것 같은 일을 학생들에게 하게 했는데 숨진 학생들은 취업이 절실하니까 아무 말도 못한 것”이라며 “저항하지 못하고 강제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계층을 착취의 가장 밑바닥에 고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도기업 선정? 평가기준 졸속"

김용기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발제에서 교육부가 올해 2월 발표한 학습 중심 현장실습 방안이 기존 제도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청남도교육청을 사례로 들었다. 충남도교육청은 올해 6월 전국 최초로 선도기업 선정위원회를 운영했다. 교육부 발표안에 담긴 선도기업 선정을 위해서다.

올해 2월 교육부 발표안에는 안전한 환경에서 현장실습이 이뤄지도록 선도기업을 지정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이 담겼다. 선도기업에서 실습하면 수업일수 3분의 2 시점부터 조기취업하고, 선도기업이 아닌 곳에서 실습하면 겨울방학 이후 채용하도록 했다. 시·도 교육청이 관계기관과 협력해 기준을 설정하고 위원회 검토를 거쳐 선도기업을 선정하도록 했다.

김용기 공동대표는 “충남도교육청은 전공이 불일치해도 높은 배점을 부여하는 등 아무 기업이나 선도기업이 될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형식적이고 졸속적으로 만들었다”며 “이는 충남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실습은 학습 중심이 될 수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었다. 조창익 위원장은 “유은혜 후보자는 지난해 전교조·이정미 의원과 함께 직업계고 현장실습 중단과 관련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며 “앞으로 유은혜 내정자가 직업계고 교육과정 정상화 요구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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