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돈 20대 국회가 세 번째 정기국회를 지난 3일 개회했다. 내년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법안 심사까지 100일 동안 쉼 없이 달릴 것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겹쳐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을 좌초시키겠다고 벼른다. 여당은 방어태세다. 여도 야도 ‘민생’을 외치지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정기국회를 바라보는 노동자들 목소리를 들었다.

부당노동행위 법정형 높여야
황수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외협력부장

황수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외협력부장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해야 할 몫을 책임 있게 고민할 때다. 먼저 노조파괴 근절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수사기관·법원은 사용자들의 범죄 행위를 제대로 예방·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법정형이 매우 낮아 사용자들이 이를 중대한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부의 기소의견 송치율, 검찰의 기소율, 법원의 징역형 선고율은 일반 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은 처벌받을 가능성을 노조 와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는 ‘작은 비용’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온정적 처분 경향의 주된 이유 또한 낮은 법정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당노동행위 법정형을 높이고, 벌금형을 폐지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3권 실현이 가로막혀 있는 현실을 살피고 원청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간접고용을 확산시키는 속도에 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법·제도 정비는 뒤처지면서 사용자 책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간접고용 노동조합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하청 쟁의행위에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효과를 무력화시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대체인력 투입 금지 범위에 원청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또한 하청업체 폐업·계약해지를 노조와해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업체 교체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근속·단체협약을 승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금융개혁 시작도 못했다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출범 초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 개혁을 위해 야심차게 제시했던 노동존중 사회, 소득주도 성장 정책들이 시작도 못해 보고 멸절되려는 지금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보수정권과 유사한 금융개악 시도가 반복되고 있는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무거운 우려의 마음으로 이번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함께 지켜 나갈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난 임시국회에서 여당은 보수야당이 주장해 오던 은산분리 완화에 앞장서면서 공약 파기를 주도했다. 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도 내놓지 못했다. 재벌·대기업들에 은행 곳간을 활짝 열어 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금융산업에서 여당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개혁’이다. 청년들을 절망하게 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진짜 몸통인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연루된 의혹과 원인 제공자들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맺은 정책협약대로 국책금융기관 자율성 보장, 지방은행의 역할 강화, 협동조합 자율성 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금융노동자들과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국회가 혹세무민에 휩쓸려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점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기 필요 
김상민 금속노조 조직국장

김상민 금속노조 조직국장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훌쩍 넘은 현재 노동존중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는 좀처럼 증진되지 않고 있다. 첫째 이유는 노동과 관련한 재벌 적폐가 청산되지 않아서다. 법원의 거듭된 불법파견 판결에도 재벌대기업은 사내하청 불법파견 사용을 계속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 거래선을 바꿔 업체를 폐업시키거나, 유성기업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하청업체를 시켜 노조파괴를 일삼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재벌대기업의 불법과 갑질 횡포를 규제할 고용노동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일부 관련된 권고들을 발표했지만 노동부는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 이행계획은커녕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

둘째는 노동악법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회사가 어용노조를 앞세워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시키는 무기로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UN사회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에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법·제도가 기업에 의해 단체교섭에서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할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산별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단위 창구단일화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더욱이 이 제도의 폐기는 여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2012년 당론으로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도 담겨 있다. 2018년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는 정부·여당에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로 재벌의 불법 갑질 횡포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기관의 구체적인 조치들을 촉구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 정부가 당시 야당인 현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노동악법들은 최소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철폐시켜야 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지난 7월1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선버스가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5월부터는 버스노동자들에게 적정휴식시간을 부여했는지 매달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 60억명이 이용하는 버스교통의 안전을 위해 노동시간을 규제해 적정휴식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졸음운전을 해소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현실은 법률 개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은 단속 유예 발표에 유명무실해졌고 휴식시간 보장을 감시할 행정은 손을 놓고 있다. 버스종사자들도 국민도 법 개정의 성과를 체감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교통정책을 도로 확대 중심으로 펼쳐 왔다. 그 결과 도로는 늘었으나 차량이 더 빠르게 늘어 교통혼잡이 심화했다. 교통전문가들도 이제는 도로건설 위주의 정책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운영시스템으로 교통정책을 전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버스교통에 대한 책임성과 공공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교통의 혁신이라는 버스준공영제의 조속한 전국 확대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여객자동차법 등 관련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법률 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국민을 대신해 채찍질하는 것도 국회의 의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국민의 대변인이라고 자부하는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 정기국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공공기관운영법 개정하라
김철운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간사

김철운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간사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중앙공공기관은 2018년 기준 338개다. 종사자가 약 31만명, 1년 예산규모만 600조원 이상이다. 전기·철도·건강보험·연금·주택·도로·공항·의료 등 공공서비스라는 이름으로 24시간 국민 일상생활 바로 옆에 자리한 기관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기대는 당연히 높다. 이번 정기국회는 이 같은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걸맞게 공공기관이 역할과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짚고 개선할 점이 있다면 과감한 요구를 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돈벌이 중심 운영을 강요받았던 공공기관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기관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국민 요구를 반영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지만 진전이 없다. 공공기관 노동자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재부와 노조 사이 ‘노정교섭 제도화’도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진전이 없다. 이번 정기국회의 몫은 아니지만 선출되지 않은 거대권력, 기재부에 대한 합리적 개편방향도 국회에서 진지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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