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와 관련해 '늑장신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사고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제때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경기도·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에 저장돼 있던 소방용 이산화탄소 가스통과 연결된 배관이 터지면서 노후 소방시스템 감지기 교체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삼성전자측이 쓰러진 이들을 발견한 건 이날 오후 1시55분께다. 삼성은 사고 발생 후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가 같은날 오후 3시43분 사망하자 노동부와 용인소방서에 사망사고 발생 사실을 알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기본법 19조에 명시한 사고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소방기본법 19조에는 화재 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소방본부·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리도록 돼 있다.

반면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4조3항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해야 신고 의무가 생긴다”며 “사망자 발생 뒤 5분 안에 신고했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중대재해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법에 '지체 없이'와 관련한 기준은 없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뒤 5분 안에 신고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아닌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시간과 재해자 사망시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몇 시에 보고가 됐는지 등을 따져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늑장신고 논란이 일면서 일각에선 사망이나 요양을 기준으로 신고 의무를 두지 말고,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를 신고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이번 사건도 은폐됐을 가능성이 있었다"며 "중대재해가 아니더라도 사고가 일어나면 즉시 노동부에 신고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고가 발생해도 중대재해가 없으면 신고할 의무가 없다"며 "가스유출의 경우 재해 노동자뿐만 아니라 확산될 경우 공단 전체나 지역 주민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고발생시 신고하는 쪽으로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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