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조항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0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마다 감정노동자 보호정책을 고심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개정안은 감정노동자 인권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사업주 예방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일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를 시작으로 광주시·전주시·안산시가 감정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달 29일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안산시 감정노동 종사자는 8만1천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1.8%를 차지한다. 안산시는 반월공단을 끼고 있어 제조업이 강세를 보인다. 그런데 감정노동자 비중만 따지면 수원시(18.8%·11만2천명)나 시흥시(15.3%·3만3천명)보다 높다.

채연주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안산시 감정노동 종사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심층면접을 통해 나타난 노동자들의 심리적 건강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채 교수는 "공공·민간부문 모두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나 정책이 부족하다"며 "감정노동 종사자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최종보고서에 나온 실태와 대책을 참고해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종합계획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전주시청과 주민센터·시설관리공단 등 공공부문 감정노동 종사자 1천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달 22일 내놓았다. 감정노동자 10명 중 9명이 업무 중 욕설과 폭언·인격무시를 경험했다. 응답자 51.3%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직장을 옮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전주시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는 지난 6월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부적절한 언어 사용시에는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업무 중단권 △악성(강성)민원 응대 후 최소 30분 이상 감정소진 회복을 위한 휴식권 △감정노동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유프로그램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부문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광주시 투자기관과 위탁기관까지 확대한다.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5월 지자체 최초로 감정노동종사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업무 중 폭언·폭행·성희롱·업무방해 같은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4단계에 걸친 적극적 보호조치를 가동하는 내용이다. 7월에는 서울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보호팀을 확대·개편해 '서울시 감정노동센터'로 독립시켰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민단체와 의료기관, 기업과 '감정노동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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