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를 담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참여정부 때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을 권고한 법안이다. 2007년 법무부가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수·기독교단체 반대에 부딪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9일 오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차별금지법, 궤도에 올리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올해 상반기부터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모아 만든 차별금지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이 공개됐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반쪽짜리"

차별금지법은 인권위가 출범한 2003년부터 추진된 법안이다. 그런 가운데 2007년 정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당초 논의한 내용보다 후퇴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07년 청와대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TF팀을 운영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후 법무부로 이관되면서 공청회까지 열렸다. 하지만 그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제정안은 초안에 담겼던 성적 지향·학력·가족형태·병력·출신국가·언어·범죄 전력 등 7개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채 발의됐다. 시정명령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핵심 조항도 빠져 있었다.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당시 차별금지법 이름으로 차별을 허용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마저도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3년에는 최원식 전 의원과 김한길 전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각각 발의했다가 보수·기독교단체 반대로 자진철회했다.

미류 공동집행위원장은 "성평등은 안 되고 양성평등만 된다는 억지, 사람은 안 되고 국민만 된다는 강변은 헌법 존재 의의마저 허물고 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혐오에 교착된 민주주의를 해방시키기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소송지원이 효과적"

조혜인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올해 새롭게 논의한 차별금지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2007년 정부안과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은 차별 유형이다.

조 변호사는 "차별 유형을 간접차별과 괴롭힘 등 직접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접차별은 외견상으로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시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차별을 말한다. 예컨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성노동자가 특정 시간대에는 일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 고용주가 모든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순환근무를 요구하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아 퇴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간접차별에 해당한다.

조 변호사는 이어 "간접차별과 괴롭힘은 우리 사회에서 주요하게 문제가 되는 차별 유형에 해당하지만 국가인권위법은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어 진정이 제기돼도 각하되는 상황"이라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인권위가 이를 규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차별적인 법령이나 정책·제도와 관련해 진정할 수 있는 근거를 차별금지법에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조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에 강력한 형사처벌 조항이 아닌 피해자 소송 지원방안이나 비사법적 구제방안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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