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조를 만든 뒤 단체교섭을 하던 노조간부가 "회사가 조합원 탈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음독자살을 시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경기지부 부방유통안양이마트지회는 28일 오전 안양 동안구 이마트 안양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노동행위로 이아무개(41) 지회장이 음독에 이르게 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부방유통은 이마트와 가맹협약을 맺고 1997년부터 이마트 안양점을 운영하고 있다. 쿠첸으로 유명한 부방그룹 자회사다. 안양점 노동자들은 지난달 13일 설립총회를 열고 노조에 가입했다. 전체 직원 260여명 중 100여명으로 출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회 설립 후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났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16일 1차 교섭이 끝나고 회사측이 조합원 탈퇴를 강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지회장과 친한 후배가 '회사가 승진을 하려면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후배가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을 괴로워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1일 새벽 직원 단체채팅방에 "회사의 압박과 회유와 (…) 노조 탄압으로 폐 끼친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잘들 사세요. 전 이만 갈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지회장은 메시지를 남긴 직후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이 지회장을 발견한 부인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장기손상 우려가 있어 치료를 받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회사는 작금의 부당한 상황에 대한 공개사과와 부당노동행위를 한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노조파괴를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사태해결 의지를 보여 주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거나 특별근로감독을 노동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 지회장에 대한 산업재해보상 신청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탈퇴 강요 같은 위법한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고 기본협약을 맺는 등 성실히 교섭에 임했고 앞으로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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