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책 중 하나인 산병(산업체-병원)협력단 설립 허용이 의료영리화 첨병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중심병원에 산병협력단 설립을 허용하고, 혁신·첨단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여당이 지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돼 있는 보건의료를 산업으로 여기고 경제성장을 이끌 분야로 삼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현재 의료법상 병원은 비영리기관이므로 자본이 직접 투자하고 이윤을 내고 배당을 받을 수 없는데, 이를 허용하는 것이 산병협력단(기술지주회사)”이라며 “자본이 산병협력단 같은 자체조직 설립을 요구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병원이 장비와 약품·건강식품 등을 개발·공급하는 자회사를 소유하고 병원 자산이 투자자에게 개방되는 영리병원이 될 것”이라며 “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잉검사와 과잉진료로 의료비가 상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 방안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의료기술(기기)의 평가를 기존 ‘사전규제 방식’에서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체외진단기기의 시장진입 기간은 기존 최대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정형준 실장은 “새로 도입되는 의료기기일수록 정확하게 검증돼야 한다”며 “먼저 도입하고 사후평가를 한다면 이후 평가기간까지 환자는 사실상 의료기기를 실험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외진단기기는 조직세포·혈액·소변을 이용해 면역화학적진단·분자진단·조직진단을 하는 온갖 의료기기를 포괄하는 것”이라며 “이런 검사 결과는 진단과 치료에 결정적이므로 매우 정확하고 효과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의 의사결정 방식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산업체 요구를 근간으로 경제부처 중심으로 규제완화의 틀거리를 세우고, 보건의료 관련 부처가 경쟁하듯 산업계 민원을 근거로 지원하고 실행수단을 강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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