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 3당이 규제완화 관련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규제혁신 5법과 박근혜 정부에서 발의된 규제완화 관련법의 관계다.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여당이 발의한 규제혁신법의 뿌리는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법안”이라고 비판한다. 야당 시절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은 국민 생명·안전·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내용”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매일노동뉴스>가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바탕으로 여야가 발의한 규제완화 관련법을 분석했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규제혁신 5법은 신기술·서비스 사업 우선허용과 사후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선허용과 사후규제의 기본전제는 국민 생명·안전·환경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관련법안에 분명하게 명시했다”고 밝혔다.

여당이 발의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전부개정안 △산업융합 촉진법 개정안은 신기술이나 서비스 사업을 허용한 뒤 국민 생명·안전·환경을 저해하는 경우 사후에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과 금융혁신지원법 제정안을 묶어 규제혁신 5법이라 부른다.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문제가 발견된 뒤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민 생명·안전·환경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미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해당 사업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규제프리존법) 제정안에 명시된 단서조항이 더불어민주당 법안에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회는 지역특구법과 규제프리존법을 병합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프리존법은 “규제프리존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사항을 제외하고는 지역전략산업 등을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다른 법에서 제한·금지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에서 기존 법에 있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계법령을 위반하지 아니하는 한 신규 정보통신융합 등 기술·서비스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규제프리존법은 다른 법에 지역전략산업 관련 기준이 없으면 안전성을 실증하게 돼 있지만 지역특구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우선허용 사후규제는 자유한국당 법안보다 규제완화를 확대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영리병원 허용과 숙박업소 난립 가능성=여야 3당이 30일 처리하려는 규제완화법에는 자유한국당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세우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서비스산업 규제·지원 관련 법령 개선을 권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규제프리존법과 함께 시행되면 의료영리화를 초래할 수 있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한 법안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의료공공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의료법을 포함해 보건의료 분야 4대 핵심법에서 규정한 사항은 서비스산업발전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대안입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여당이 지역특구법 전부개정안에서 의료법인 부대사업이나 미용업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등 내용을 보완한 것은 맞다. 규제프리존법 시행시 논란이 됐던 학교 주변 관광숙박시설 허가 특례도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교육 영리화를 주요 목표로 하는 법안이다. 일부 보완조치를 하더라도 영리화 물꼬를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막을 수 있나=지역특구법과 규제프리존법은 지역특구나 규제프리존에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개인을 확인할 수 없는 비식별 정보나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정보는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다. 정의당이나 시민·사회단체는 “기술이 발달하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이 시행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를 별도 전문기관에 검증받도록 하는 안전조치를 추가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당이 내놓은 지역특구법 전부개정안은 규제프리존법보다 개인정보 규제완화 범위가 넓다.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은 자율주행자동차·공개장소 영상정보·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수집한 개인정보에 한해 규제를 완화한다. 지역특구법은 이런 제한 없이 모든 신기술 분야에 적용된다.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이 규제프리존법의 문제와 한계를 보완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개악된 측면까지 있다”며 “여야 3당은 8월 임시국회 처리시도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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