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구름 두텁고 비가 간간이 내렸을 뿐, 한낮 대한문 앞 거리는 평온했다. 종종 해 비쳐 밝았다. 가격표도 떼지 않은 우산 옆에 낀 사람이 돈 아깝다고 투덜대며 걸었다. 결재서류파일 든 공무원들이 시설물을 점검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성질 급한 플라타너스 잎이 땅에 뒹굴다 바람에 굴렀다. 비닐 집 날아갈까 마음 급한 해고자가 그 옆 태극기 장수와 얘기하던 동료를 불러 재촉했다. 끈으로 묶고 무거운 것을 매달았다. 나무를 덧대고 구멍을 막았다. 능숙했다. 긴급재난문자 소리가 요란했다. 19호, 20호 태풍이 북상 중이다. '쌍태풍'이다. 폭풍전야, 쌍용차 해고자가 재난에 대비한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고 세운 분향소 천막을 땅에 단단히 붙들어 맨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