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상담원들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집단으로 가입했다. 기존 지회는 수리기사로만 구성돼 있었다. 올해 4월17일 노사가 직접고용·노조인정에 합의한 뒤 처우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콜센터 상담원들도 노조 가입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19일 지회에 따르면 4월 노사 합의 이후 대구지역에서만 콜센터 상담원 40여명이 지회에 가입했다. 콜센터는 수원·광주·대구에 있다. 지회는 “수원·광주에서도 노조가입이 늘고 있으며 분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대구지부 삼성전자서비스대경지회 이투씨(E2C)대구분회는 지난 17일 오후 대구 달서구 삼성전자서비스 대구콜센터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황수진 지회 대외협력부장은 “기존에 무노조 방침을 고수하던 삼성에서 내근직인 상담원들이 노조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최근 사내 분위기가 바뀌면서 콜센터·자재실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상담원들은 제품 수리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화 기술상담을 하고 수리 배치업무를 한다. 대부분 협력업체 ㈜이투씨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다.

“저임금·장시간 노동 개선할 것”

지회는 “상담원들이 낮은 기본급과 장시간 노동·인센티브 경쟁을 비롯한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지회에 따르면 상담원 기본급은 1년차 기준 월 125만2천원이다. 직무·기술수당으로 최저임금 부족분을 채운다. 지회 관계자는 “인센티브도 극소수만이 최고액(30만원)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잔업을 해도 월 2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노동과 연장근로 강요도 문제로 꼽았다. 지회는 “풀타임 상담원의 경우 한 달에 서너 번 주말근무를 하는 탓에 사실상 주 6일 일한다”며 “요즘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등 기기고장 접수가 많아 평일 잔업과 주말근무가 극대화된다”고 지적했다.

방문수리를 억제해야 실적이 높아지는 실적지표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지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비용절감을 위해 전화상담으로 고객 자가수리를 유도한다. 사측은 상담원이 전화상담으로 수리를 처리하면 실적을 높여 주고, 방문수리를 배정하면 실적을 떨어뜨리는 방식의 지표를 적용한다.

콜센터 상담원 정은선씨는 “(기기 작동이) 안 돼 화나서 전화한 고객에게 기사를 못 보내 준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기사방문을 배정하면 월급과 연관된 지표 실적이 안 좋아지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방문수리를 많이 해야 하는 수리기사와 업무배정을 적게 해야 하는 상담원의 갈등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정씨는 “업무배정을 적게 받으면 급여가 줄어드는 수리기사와 업무배정을 적게 해야 실적이 높아지는 상담원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도 한다”며 “과거 콜센터 상담원들이 노조가입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콜센터 상담원도 함께하는 직접고용”

콜센터 상담원 이직률은 높은 편이다. 정씨는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드는데 동기들은 3분의 1 정도만 남았다”며 “근속이 1년 미만인 노동자가 가장 많고, 길게 일하면 2~3년인데 그 이상은 드물다”고 말했다. 지회는 “분회 출범을 계기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힘들다고 떠나는 회사가 아니라 오래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여부도 분회 조합원들의 관심사다. 삼성전자서비스가 4월 노사 합의 과정에서 직접고용 범위에 자재관리·콜센터·안내업무 노동자가 포함되는지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회는 “사측은 비공식적으로 수리기사를 우선 직접고용하고 다른 직군은 순차적으로 직접고용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공식적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여부와 시기·방식을 밝힌 적은 없다”고 전했다.

상담원들은 “외근 수리기사와 내근 콜센터 노동자 모두 유기적으로 서비스를 하는데 상담사만 따로 떨어져서 간접고용 노동자로 일해서는 안 된다”며 “콜센터 노동자도 직접고용돼 본사 상담원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분회는 콜센터 노동자 최장호씨를 임시분회장으로 추대했다. 지회는 “신규 분회가 너무 많이 생기고 있어 지회가 분회장 선거를 치르기 힘든 상황”이라며 “직접고용 실무협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신규 분회 임원선거를 한꺼번에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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