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그리고 한국지엠. 이들 사업장의 공통점은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와 2010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린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노동존중 사회’의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세 곳 모두 노사가 대규모 인력감축 대신 인건비 절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에 합의하면서 극단적 대립을 막았다. 그러나 구조조정 갈등해결 성공사례로 보기에 부족함이 많다. 3개 기업 구조조정 사례가 남긴 숙제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대전 서구 신협중앙회 본관에서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사례와 문제점을 짚어 보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사회경제학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주최한 2018년 여름 학술대회의 '기획주제 두 번째 세션'이었다.

삼자협상에서 다자협상으로, 새로운 모델 되나

금호타이어 노사는 2010년 위기 당시 인위적 감원 대신 597개 업무 외주화와 임금 반납을 통해 인건비 1천500억원을 절감하는 것에 합의했다. 올해도 정리해고 대신 500억원의 인건비 절감에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올해 노사협상 양상은 2010년과 다르다.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사례와 문제점’을 발표한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논설위원은 “2010년은 채권단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사용자측이 압박하고 수세에 몰린 노조가 수용하는 삼자협상 형태였다면 올해는 해외매각과 자구계획안을 둘러싸고 노사뿐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지원하는 다자협상 형태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역시 노사가 협상하는 외양만 갖췄을 뿐 실제로는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노사 파국을 막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게 박성국 논설위원의 평가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노사협상을 적극 중재한 사례나 노조가 전면파업을 하며 채권단과 벼랑 끝 대치를 한 올해 3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중재로 대화가 재개된 사례를 들었다.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금속노조가 (가칭)노사정 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갈등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남지역 민·관 단체들은 ‘중형조선소 정상화 추진 민관협의체’를 만든 뒤 정부에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중형조선소를 살리는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여론을 환기시켰다.

박성국 논설위원은 “과거 구조조정 방식은 채권단이 주도하고 사용자가 압박해서 노조에 구조조정안을 관철하는 수순이었다면 금호타이어와 STX조선해양의 경우 채권단이 노사 협상을 주도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가 한목소리를 내고 중앙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지원하면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며 “지역사회나 사회적 대화기구의 역할을 확대하는 구조조정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에서는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과 정착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기구를 마련해 제도화하고 지역에서는 지역경제와 기업 구조조정을 균형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조조정 갈등해결 모범사례 만들어야”

한국지엠은 달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사 이견을 좁히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한국지엠 구조조정 사례와 문제점’을 발표한 황현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은 “지역사회나 이해당사자들의 개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일정 정도 제도화를 거쳐야 하는데, 한국지엠 구조조정에서 나타난 모습은 개인적 설득 차원이 강했다”며 “노조가 법정관리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에 몰린 상황에서 (홍영표 의원 개입이) 노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황 연구위원은 “경기 성장기에 이익분배를 다뤘던 과거 유럽의 사회적 합의와 달리 경제 침체기 고통분담을 다뤄야 하는 사회적 합의는 훨씬 어려운 과제”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열쇠는 지역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가는 모범사례 발굴”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노사가 합의한 ‘노동이사제 도입’을 하나의 진전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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