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력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여성계와 정치권이 “미투운동(Me Too, 나도 피해자)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비난을 쏟아 냈다.

1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 14일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전 충남 정무비서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올해 4월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계는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에 사법정의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하게 한다”며 “유력 대권후보이자 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그의 수행비서에게 행사한 것이 위력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조항이 있음에도 위력에 대한 판결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했다"며 "강간에 대해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두루 고려하는 최근 대법원 판례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위력은 있는데 위력행사는 없었다는 법원 판결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국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은 “사법부가 사실상 미투운동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대한민국 곳곳에서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운동에 좌절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평화당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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