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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사업장엔 임금표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보편화된 사실이다. 저임금 노동자 개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빌려 와서 사용하는데 임금노동자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3분의 2 이하로 정의한다. OECD는 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23.7% 수준이라고 올해 초 발표했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는 임금제도 관점에서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보고자 한다.

저임금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에 가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기본급을 정하는 임금표(임금테이블)가 없다는 것이다. 임금표는 노동자 임금수준을 정해 놓은 표를 말한다. 또한 개인 임금총액을 정하는 기준임금 의미를 지닌다. 임금표는 기본급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구성되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기본급을 연공급으로 정한 회사는 입사 시점을 기준으로 매년마다 인상되는 기본급을 정하고 이를 도표로 그려 놓는다. 직무급으로 기본급을 정한 회사는 직무등급별로 기본급이 얼마인지를 표로 정해 놓고 있다.

임금표는 임금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이다. 연공급인 경우 근속연수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임금이 얼마 인상되는지를 정해 놓기 때문에 노동자가 임금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회사도 비용부담을 예측할 수 있어 노사 모두 비용 발생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임금표의 장점에도 사용자는 임금표를 만드는 데 인색하다. 왜 그럴까. 임금표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임금표가 없는 것이 임금을 결정하기 수월하다. 임금 결정권은 사용자가 클 수밖에 없는데 임금표가 있다면 사용자의 임금 결정권은 제한을 받게 된다. 임금표에서 정한 금액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사가 최저임금에 관심이 뜨거운 이유도 임금표와 상관관계가 있다. 최저임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사일수록 임금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임금표가 없는 회사는 법률로 정해져 있는 최저임금 수준만 지급하면 된다. 복잡하게 임금표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근속연수와 직무 차이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경영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임금표가 있는 회사도 최저임금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금표에서 정한 금액으로 계산된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표가 있는 사업장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완충할 수 있다. 즉 임금표가 있는 회사는 근속연수나 직무등급에 따라 임금을 차등해서 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제한적이다.

예를 들면 임금표가 연공급으로 만들어져 있는 회사는 근속연수마다 임금이 다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5년 이하인 노동자만 제한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임금표가 없는 회사는 직원 임금수준을 정한 규칙이 없어 전체 직원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 보니 임금표가 없고 노조가 없는 회사는 매년 정해지는 최저임금이 유일한 임금인상 수단이다. 노동계가 그토록 최저임금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임금표가 없는 회사일수록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년마다 사업체패널조사를 하는데, 올해 발표된 6차연도 조사에 임금표가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 추가돼 있다. 조사 결과 임금표가 없다는 사업장 비율이 34.8%로 나타났다. 임금표가 없다고 밝힌 사업장 임금수준은 임금표가 있다고 답한 사업장보다 임금수준이 낮았다. 임금표가 없다는 사업장은 직급별로 임금표가 있다는 사업장보다 임금수준이 9% 정도 낮은 결과를 보였다. 이런 통계치로도 임금표는 노동자 임금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임금표는 저임금 요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임금표 제도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임금 사업장은 사업장 수준에서 임금표를 만들기 어렵다. 경영관리 역량과 교섭력이 취약하다. 그래서 사업장 수준을 뛰어넘는 임금표를 생각할 수 있다. 산업별 수준에서 임금표를 만들면 사업장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것을 연대임금 실현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겠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곽상신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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