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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위기설과 기로에 선 노동운동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설(說)이 분분하다. 한국경제 위기설은 주로 우익 쪽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7월20일 ‘문재인 정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위기를 맞다’는 제목의 '윤평중 칼럼'을 실었다. 이에 앞서 <주간조선>은 6월25일 ‘두 경제 전문가가 말하는 한국경제 위기’라는 '긴급진단'을 두 번에 걸쳐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8월8일 ‘트럼프 경제의 위험, 한국경제의 위기’라는 제목의 칼럼 '김현기의 시시각각'을 내보냈다.

경제신문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7월16일 ‘한국경제 위기, 뒤늦은 깨달음’이라는 정지우 기자의 '차장 칼럼'을 실었다. <아시아경제>는 8월8일 ‘하인리히 법칙과 한국경제의 위기’라는 제목의 최성범 교수 칼럼을 게재했다.

노동자들은 이런 경제위기설에 본능적으로 반감을 느낀다. 지난 경험에 비춰 볼 때 경제위기설은 주로 자본가계급이나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구보수언론이 앞장서 퍼뜨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제상황이 위기라는 진단을 바탕으로 “무엇(인간과 자연)보다 먼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구실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이념공세를 폈다. 그들은 매번 경제위기 원인을 진단하면서 노동자의 과도한 임금인상 탓으로 왜곡했으며, 그 처방으로 그럴듯하게 노·자 고통분담론을 펴면서 실은 일방적으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노동자 고통전담 정책을 썼다.

이념공세의 대표적인 예는 1989년 상반기 현대중공업노조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투쟁 고양기에 <조선일보>가 앞장서 퍼뜨린 경제위기설이었다. 그해 4월 <조선일보>는 수차례 1면 전면을 경제위기설로 가득 채웠다. 이에 발맞춰 노태우 정권은 수만 명의 육해공 병력을 동원해 현대중공업 노동자 파업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당시 정권은 불법적으로 공안합동수사본부를 만들고 위수령 발동까지 검토했다. 국가폭력 현장 가까이에 있었던 필자는 경제위기설만 나오면 그때를 떠올리게 된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김영삼 정권의 ‘한국병’ 이론이다. 김영삼 문민정부는 한국경제는 노동조합의 전투성과 과도한 임금인상 때문에 경제가 성장을 멈추는 중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노태우 정권 경제위기설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고통을 분담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고통분담론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고통분담론은 사실 고통전담론이었다. 생산성 향상만큼만 실질임금을 인상해 노동소득분배율을 현상유지하자는 케인스주의 시대의 생산성임금론이 아니라 영국 대처의 신보수주의 정책, 즉 노조탄압을 통한 임금억제·복지삭감 정책, 노동소득분배 악화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노동자는 자본가들의 경제위기설을 부정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세라는 진단을 계속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 3.1%를 달성했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10일 발표한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 회복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경제위기설을 부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자본가들과 수구보수세력은 경제가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즉 자본에게 투자기회와 이윤을 보장해 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타파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자본의 요구에 문재인 정부는 동요하고 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포기를 선언했고, 인터넷은행을 산업자본에게 허용해 금산분리 정책을 폐기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경제가 위기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그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는 정치공세를 받을까 저어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경제위기설은 부인하면서 경제정책 기조는 경제살리기, 즉 자본가 살리기를 향해 나아가는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

그러면 경제위기설을 인정해야 할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노동계급은 어떤 쪽을 따라야 할까. 어느 주장이 노동자에 유리한지를 주판질하기 전에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 다음 노동계급의 장·단기적 이해관계를 근거로 하고 주객관적 조건을 타산해 합당한 처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는 오래전부터 위기를 향해 달려왔다.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 이래 세계 자본주의경제는 대불황이라는 대(大)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경제도 세계적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2~3%대 성장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대위기가 극복되지 않고 지속·심화하면서 마침내 상대적으로 위기를 덜 겪었던 한국 같은 신흥시장 경제에 위기가 파급되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 자본주의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한국경제만 위기라고 주장하는 수구보수세력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데 어째서 그 주축인 유럽연합과 일본에서 “돈이 돈을 번다”는 자본주의 원리에 반하는 마이너스 금리가 계속되고 있는가. 미국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그동안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이 풀었던 돈을 일부 회수하고 있을 뿐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실물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서 금융자산 실질가치가 폭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역사적 대위기의 시대에 노동운동은 그런 시대상황에 걸맞은 변혁적 요구를 내걸고 공세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자본주의 존망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개량적 요구는 실현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본의 총공세 앞에 전진 없는 방어투쟁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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