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일하는 조아무개씨는 최근 회사가 자신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는 그가 2015년 유성기업 관리자를 찾아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항의한 것을 ‘감금’이라고 주장하며 청구사유에 적시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지난 10일 ‘유성기업이 제기한 개인별 손해배상 청구내역’ 문건을 공개했다. 지회는 “유성기업이 조합원 개인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회사는 손배청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4월19일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1년2개월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했다. 대법원은 앞서 유 회장이 창조컨설팅과 함께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회사는 유 회장 수감생활이 후반부에 달한 지난해 연말부터 출소를 전후해 지회 조합원들에게 무더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손배청구 내용이 과거보다 악랄해졌다”고 비판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지회 파업으로 손해를 봤다며 당시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1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심 법원은 이 중 10억1천800만원을 인용했다. 회사가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근 이어지는 개인별 손배청구는 보다 사사로워졌다. 문건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2014년 지회 조합원들이 현수막에 페인트 붓으로 회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쓰던 중 페인트가 공장 바닥에 떨어진 것을 두고 송아무개씨 등 24명에게 각각 99만원을 청구했다. 쟁의행위 장소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회사 관리자에게 담배연기가 닿은 것이 폭행으로 둔갑해 200만원을 청구당한 사람도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50여명에게 소장이 날아들었다. 청구액을 모두 더하면 1억4천만원에 육박한다. 이달 10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노동자 상대 손배소송 재판이다.

이정훈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회사가 쟁의행위 과정에서 벌어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꼬투리 삼아 수백만원을 갚으라는 것은 노조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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